2009. 5. 1.쇠날. 햇살 따갑고

조회 수 1178 추천 수 0 2009.05.12 06:33:00

2009. 5. 1.쇠날. 햇살 따갑고 / 노동절


아침,
서울서 어제 오후 돌아온 미선샘과 소사아저씨만 남기고
다들 대해리를 떠났습니다.
기랑이네는 단양 집으로 돌아가고
하다네는 양양으로 길을 탔지요.

읍내에서 그림을 그린 뒤 양양으로 갈 장을 봅니다.
양양인들 큰 가게가 없을까만
지역가게에서 사고 싶었던 거지요.
가고 오며 먹을 것들과
양양 머무는 곳에 나누면 좋겠는 것들을 실었습니다.

양양행.
차 참 많기도 합니다.
하기야 날이 그렇겠지요, 황금연휴 시작이라니.
여주 이천에서 도자축제도 있고
강원도로 넘어가는 길이야 여름 겨울 아니어도
사시사철 줄줄이 이어진다 하니...

지운 김철수선생기념사업회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구들연구소로 가는 거지요.
더 친절하게 얘기하면 무운 김명환샘을 뵈러 갑니다.
제 삶에 가장 큰 스승으로 삼고 있신 분이시지요.
지운 김철수, 조선공산당책임비서였던가요,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왼쪽으로 줄을 잘못(?) 선 바람에
그의 후손이 어떤 삶을 살았을지는
우리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다마다요.
이쯤 되면 무운샘이 지운과 어떤 관계가 있겠구나고들 하시겠지요.
험하게 살아오셨고,
그래서 몸으로 익히는 온갖 일에 대해 익숙하시며,
너무 많은 생을 사셨더랬지요.
그만큼 지혜를 지니셨고
가장 바닥에 있는 자와 가장 거룩한 안내자의 말씀을 동시에 가지셨으며
육화된 노동과 고도의 지적 사유를 동시에 갖고 계신 분입니다.
당신 가지신 것들이 사장되기 전 잘 이어가려고
몇 해 전부터 해마다 아이랑 드나들고 있지요,
당신 생각이든 기술이든.
지금 벌여놓은 일을 한 이삼년 수습하고 나면
두 가지 일을 하고픈데
그 하나가 길을 떠나는 것이요,
다른 하나가 당신 삶을 기록하고 추대하는 것이랍니다.

양양시장 감자옹심이 집에서 어르신들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네팔 다녀오신 얘기 먼저 들었지요.
낼 일찍 설악산 암벽 오른다는 약속 취소됐다고 여유 있다셨습니다.
토굴정리하느라 세 트럭 흙을 손으로 일일이 작업하셨다는데,
옆에서 무리하지 말라던 아내는
고숨하다 한마디 거드셨지요.
거기 재우고 싶으셨던 겁니다.
아버지 같애서 마음 찡했습니다.
한 해 한 번 그렇게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겁니다, 양양으로.
해마다 2월에 뵙자하는데
훌쩍 넘어 5월에 이르렀네요.

대해리에 남은 식구들은
간장집 텃밭 풀을 매고 마늘밭도 맸다지요.
개구리들 팔딱팔딱 뛰어나와 미선샘 여러 차례 놀랐더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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