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2.흙날. 흐리다 비 오락가락

조회 수 1216 추천 수 0 2009.05.12 06:34:00

2009. 5. 2.흙날. 흐리다 비 오락가락


흙집에서 맞는 아침은 늘 참 좋습니다.
구들을 잘 놓은 방의 온기는 퍽이나 기분 좋지요.
온갖 가지 효소와 장아찌와 산나물이 얽힌 아침을 먹고
토굴에 들앉은 방으로 건너갑니다.
선생님을 만나오는 동안 늘 감탄만 하였습니다.
모르긴 해도 앞으로 남은 날들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한 인간이 어떻게 전인(全人)이 될 수 있는가를
온 몸으로 가르쳐주는 당신이십니다.
비록 당신께는 한 많은 세월이었을 것이나
당신을 바라보기로는
그 세월이 외려 한 생을 훌륭하게 끌어올려주었다 싶지요.
고통스런 세월에 이리 말하기는 수월습니다요...
이안실(이만하면 족하다?)에서 붓글을 썼지요.
당신이 할아버지로부터 배워 익힌 팔점서법은세상 여러 이치와 또한 닿아있기도 합니다.
(물꼬 홈페이지 댓거리에도 올려주셨지요.)
아이랑 할아비가 마주 보고 붓을 잡았더랬습니다.

점심은 숨어있는 진주 같은 집으로 가서 먹습니다,
앞으로 양양 오면 한 끼는 게서 꼭 먹지 싶은.
어느새 당신들은 지고추며 깻잎장아찌며
심어 먹으라 땅두릅까지 바리바리 챙겨 실어놓고 계셨지요.
다음 해에 뵐 것입니다.
그 다음해에도 계셔야지요,
그 다음 다음해에도 아이를 보셔야지요.
그 아이가, 우리들의 험난했던 시절을 살아내 온 날들을
훗날 되살려줄 것입니다.

떠나오기 전 낙산사 바닷가에 잠시 들었지요.
아이랑 조개껍질을 줍습니다.
바닷내를 전하고픈 이가 생각나기도 했더랬지요.
빗방울 떨어집디다.
시골 들어가 살려 한다는 한 중년부부,
마침 텔레비전에서 물꼬를 봤다며 반가워라 인사 건네오셨습니다.
곳곳에서 귀농을 꿈꾸는 이들을 만납니다.
생각한 대로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 내리는 길로 돌아옵니다.
여전히 길은 막혔지요.
초팔일이라 절집에서 돌아오는 차도 많겠습니다.
아이에게 듣는 책 이야기가 재밌습니다.
이제는 잊힌 어린 날 읽었던 책들을
아이가 줄거리를 들려주며 상기시켜주고
이제 그 책을 공유합니다.
이렇게 전 세대와 후 세대가 이어지나 봅니다.
끊임없이 조잘대는 아이의 얘기에 재밌으라 하다
엊그제 하던 그의 말이 또 생각나데요.
“엄마, 너무 착하게 살지 마.
남들이 만만하게 보이도록 하지 마...
엄마 아빠는 너무 착하다니까.”
얼마나 놀랐던지요,
아니 무슨 말이랍니까, 착하게 살아야지요.
“착하게만 살아선 안 돼.”
어째서 부모는 한 번도 하지 않았음직한 말을
아이는 하게 됐을까요,
이 산골 어떤 어른도 그리 말한 적 없을 것인데
어째서 아이는 그런 생각을 하였을까요,
어찌하여 세상은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일까요...
시간은 자정에 이르고 있었지요.

봉천동 두리하나공부방이 여름 들살이를 물꼬로 오기로 하였습니다.
형환님 미나님 준헌님이 답사를 왔다네요.
달골 산길, 물놀이 계곡, 학교를 두루 돌아보며
아이들과 어떻게 움직일까 그림들을 그려보았다 합니다.
미나님 준헌님 돌아가고
형환님 고추장집에 묵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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