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6.물날. 맑음

조회 수 1020 추천 수 0 2009.05.14 08:51:00

2009. 5. 6.물날. 맑음


이른 아침 대해리를 나섭니다.
아이가 서울 갈 참이지요.
기락샘이 일하는 대학의 병원에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가기는 일러
도시락을 싸서 나갑니다.
예약한 표를 찾고
차 뒷좌석에서 싸왔던 밥을 펼쳤습니다.
기차가 왔고 아이는 혼자 기차를 타고 갑니다.
아이를 보내고 다시 뒷좌석으로 돌아와
벌여놓은 밥을 마저 먹는데
마음 신산합니다.
차들이 지나고
사람들이 바삐 걷고
더러 역을 향해 달려가고...
혹 아이의 저 걸음이 길어지면 어쩌나,
맘 먹먹해지데요.

반나절을 대학에 가서 보내는 날입니다.
젊은 친구들이 반갑게 맞습니다.
같이 공부하는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그건 그 과의 교수들이 만든 분위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교사, 정말 중요한 자리이지요.
물론 온전하게 그들의 몫만은 아니겠으나
어떤 과는 그들로 인해 학생들 사이까지 파편화되는 걸 보면
틀림없는 말이다 싶습니다.
체육대회 예선을 치르느라 요새 바쁜 그곳 학생들은
응원을 나가고 있었는데
마침 장구를 끼고 있었지요.
마당에서 퍼질러 앉아 잠시 장구 치고 놉니다.
흥이 많은 그 아이들
곁에서 추임새도 넣고 있었지요.
사이좋은 관계, 서로를 참 북돋우게 되지요.
그런 곳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어 기쁩니다.

대구에서 큰 꾸러미가 왔습니다.
평생을 써도 넉넉하겠는 화장품들입니다.
곳곳에서 보내주는 것들로
외려 가난한 산골이 어떤 곳보다 풍요롭습니다.
고마운 손들이지요.
생각한 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보답이 부족하다 싶습니다.
그래서 농사를 더 좀 짓지 욕심 인다지요, 나누려.

옥수수밭에 싹이 올라옵니다.
오후에 소나기 한 차례 지나지요.
그것들 자라는 것 보면
뭔 걱정을 하랴 싶습니다.
고맙지요, 하늘 참 고맙지요.

무속인을 잠시 만났습니다,
읍내 있을 때 짬나면 가는 고개에서.
언젠가 인사를 나누고
그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은 적 있습니다.
오늘은 나누어주는 차를 마시며,
영들을 만나고 그들을 달래고 그들의 안식을 찾아주고
산 자들의 삶을 살피는 그 세계에 푹 빠졌더랍니다.
맛난 저녁 대접도 받았지요.
소리와 춤을 서로 가르쳐주자 하였습니다.
서울의 넘치는 문화세례 아니어도
산골에서도 이런 만남들을 통해서도 기예를 넓혀갈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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