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조회 수 2358 추천 수 0 2003.12.26 11:16:00
얼마 전
한 청년이 다녀갔습니다.
걸어서 여행을 하는 가운데 있다하였습니다.
영동 읍내 기선샘의 소개로 물꼬를 왔더랬지요.
닷새쯤 머무르며 손 보태고 가겠다더이다.
아이들은 그를 불량스님이라 불렀습니다.
스님같진 않은데 머리가 짧은 탓이었겠습니다.
"연습이지. 이제부터 세어서 닷새여야지."
닷새를 앞두고 그랬더니
또 선뜻 마음을 내주었습니다.
첫눈이 그 즈음 내렸지요.
그 눈을 상규샘이랑 같이 맞아서
식구들이 더 좋아했던가 봅니다.
통닭 내기하던 야구하며
밤새 나누던 얘기하며
일 짬짬이 풋풋한 시간들도 많았더랍니다.
살아온 시간들을 들려주던 상규샘 생각이 나네요.
어쩜 그리 얘기를 쫀득쫀득하게 하던지...
상규샘 나가던 그 아침,
떠나는 손님들로, 들어오는 이들로, 무던히도 북적였댔습니다.
발 아픈데 바르라고 챙겨주려던 목초액과
꺼내놓고 삶아주지 못한 달걀을
그 날 저녁답에야 생각해내었지요.
못내 이것저것이 아쉽습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컸던
상규샘입니다.
지금도 어느 길 위를 걷고 있을 테지요.
아무쪼록 건강했음 좋겠습니다.
곧 다시 온다 하였으니
기다리면 될 일이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94 2022.11.18.쇠날. 맑음 옥영경 2022-12-16 307
6593 2022.12.13.불날. 간밤 눈 내리고 꽁꽁 언 종일 옥영경 2023-01-06 307
6592 2023. 4. 2.해날. 맑음 / 푸코주의자 옥영경 2023-05-01 307
6591 2023. 1.31.불날. 맑음 / 경옥고 이틀째 옥영경 2023-03-03 307
6590 2020. 6.24.물날. 비 / 장마 시작 옥영경 2020-08-13 308
6589 2021. 5.15.흙날. 갬 옥영경 2021-06-18 308
6588 2022.10. 9.해날. 비 옥영경 2022-11-03 308
6587 10월 빈들 여는 날, 2022.10.21.쇠날. 맑음 옥영경 2022-11-12 308
6586 2022.11.30.물날. 맑음 / 온실돔 3차 작업 옥영경 2022-12-24 308
6585 2022.12.18.해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308
6584 2023. 1.24.불날. 싸락눈 내린 새벽 옥영경 2023-02-27 308
6583 2021. 5. 8.흙날. 안개인 줄 알았다, 미세먼지! 옥영경 2021-06-09 309
6582 2021. 7.21.물날. 맑음 옥영경 2021-08-09 309
6581 2021.10.12.불날. 비 옥영경 2021-12-08 309
6580 2022.11.25.쇠날. 맑음 옥영경 2022-12-24 309
6579 2022.12. 5.달날. 흐림 옥영경 2022-12-28 309
6578 2022.12.27.불날. 맑음 / 떡국떡을 더한 감동 다섯 옥영경 2023-01-08 309
6577 2023. 1.21.흙날. 맑음 옥영경 2023-02-20 309
6576 2023. 1.25.물날. 맑음 옥영경 2023-02-27 309
6575 2020. 6.16.불날. 맑음 옥영경 2020-08-13 31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