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조회 수 2229 추천 수 0 2003.12.26 11:16:00
얼마 전
한 청년이 다녀갔습니다.
걸어서 여행을 하는 가운데 있다하였습니다.
영동 읍내 기선샘의 소개로 물꼬를 왔더랬지요.
닷새쯤 머무르며 손 보태고 가겠다더이다.
아이들은 그를 불량스님이라 불렀습니다.
스님같진 않은데 머리가 짧은 탓이었겠습니다.
"연습이지. 이제부터 세어서 닷새여야지."
닷새를 앞두고 그랬더니
또 선뜻 마음을 내주었습니다.
첫눈이 그 즈음 내렸지요.
그 눈을 상규샘이랑 같이 맞아서
식구들이 더 좋아했던가 봅니다.
통닭 내기하던 야구하며
밤새 나누던 얘기하며
일 짬짬이 풋풋한 시간들도 많았더랍니다.
살아온 시간들을 들려주던 상규샘 생각이 나네요.
어쩜 그리 얘기를 쫀득쫀득하게 하던지...
상규샘 나가던 그 아침,
떠나는 손님들로, 들어오는 이들로, 무던히도 북적였댔습니다.
발 아픈데 바르라고 챙겨주려던 목초액과
꺼내놓고 삶아주지 못한 달걀을
그 날 저녁답에야 생각해내었지요.
못내 이것저것이 아쉽습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컸던
상규샘입니다.
지금도 어느 길 위를 걷고 있을 테지요.
아무쪼록 건강했음 좋겠습니다.
곧 다시 온다 하였으니
기다리면 될 일이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616 2024. 3.25.달날. 비 / 그대에게 혹은 내게 옥영경 2024-04-10 302
6615 2024. 3.24.해날. 흐림 옥영경 2024-04-10 237
6614 2024. 3.23.흙날. 살짝 비 옥영경 2024-04-10 221
6613 2024. 3.22.쇠날. 흐림 / 오늘도 그대들로 또 산다 옥영경 2024-04-10 226
6612 2024. 3.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10 246
6611 2024. 3.20.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237
6610 2024. 3.19.불날. 진눈깨비 날린 이른 아침 옥영경 2024-04-09 225
6609 2024. 3.18.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4-09 235
6608 2024. 3.17.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217
6607 2024. 3.16.흙날. 맑음 옥영경 2024-04-03 309
6606 2024. 3.15.쇠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285
6605 2024. 3.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281
6604 2024. 3.13.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243
6603 2024. 3.12.불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24-04-02 233
6602 2024. 3.11.달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218
6601 2024. 3.10.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238
6600 2024. 3. 9.흙날. 맑음 / 사과 한 알 1만 원 옥영경 2024-03-28 235
6599 2024. 3. 8.쇠날. 오후 구름 걷히다 옥영경 2024-03-28 220
6598 2024. 3. 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3-28 228
6597 2024. 3. 6.물날. 흐림 옥영경 2024-03-28 22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