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조회 수 2246 추천 수 0 2003.12.26 11:16:00
얼마 전
한 청년이 다녀갔습니다.
걸어서 여행을 하는 가운데 있다하였습니다.
영동 읍내 기선샘의 소개로 물꼬를 왔더랬지요.
닷새쯤 머무르며 손 보태고 가겠다더이다.
아이들은 그를 불량스님이라 불렀습니다.
스님같진 않은데 머리가 짧은 탓이었겠습니다.
"연습이지. 이제부터 세어서 닷새여야지."
닷새를 앞두고 그랬더니
또 선뜻 마음을 내주었습니다.
첫눈이 그 즈음 내렸지요.
그 눈을 상규샘이랑 같이 맞아서
식구들이 더 좋아했던가 봅니다.
통닭 내기하던 야구하며
밤새 나누던 얘기하며
일 짬짬이 풋풋한 시간들도 많았더랍니다.
살아온 시간들을 들려주던 상규샘 생각이 나네요.
어쩜 그리 얘기를 쫀득쫀득하게 하던지...
상규샘 나가던 그 아침,
떠나는 손님들로, 들어오는 이들로, 무던히도 북적였댔습니다.
발 아픈데 바르라고 챙겨주려던 목초액과
꺼내놓고 삶아주지 못한 달걀을
그 날 저녁답에야 생각해내었지요.
못내 이것저것이 아쉽습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컸던
상규샘입니다.
지금도 어느 길 위를 걷고 있을 테지요.
아무쪼록 건강했음 좋겠습니다.
곧 다시 온다 하였으니
기다리면 될 일이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854 2019. 5. 9.나무날. 맑음 / 당신도 결국 나를 살리는 이였으니 옥영경 2019-07-09 664
1853 2016. 6.21.불날. 흐림, 하지 옥영경 2016-07-16 664
1852 2015. 9. 8.불날. 맑음 옥영경 2015-10-01 664
1851 2015. 4. 3.쇠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15-04-29 664
1850 2015. 3. 2.달날. 흐림 옥영경 2015-03-29 664
1849 2014.10.29.물날. 맑음 옥영경 2014-11-01 664
1848 2014.10.28.불날. 맑음 옥영경 2014-11-01 664
1847 2014.10. 6.달날. 흐림 옥영경 2014-10-28 664
1846 2014. 6.20.쇠날. 맑음 옥영경 2014-07-04 664
1845 2014. 6.13.쇠날. 잠깐씩 구름 지나다 비 뿌리는 오후 옥영경 2014-07-04 664
1844 2016.12.21.물날. 비 옥영경 2016-12-30 663
1843 2015.10. 2.쇠날. 높고 파란 하늘 옥영경 2015-10-31 663
1842 2015. 5.15.쇠날. 흐림 옥영경 2015-07-01 663
1841 2015. 5. 3.해날. 비 옥영경 2015-06-08 663
1840 2015. 1.19.달날. 흐리다 눈 날리는 옥영경 2015-02-13 663
1839 2014. 9. 5.쇠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14-10-06 663
1838 2014. 5.20.불날. 종일 몇 방울의 비 옥영경 2014-06-07 663
1837 2015. 7.31.쇠날. 맑음 옥영경 2015-08-05 662
1836 2015. 7.15.물날. 맑음 옥영경 2015-08-02 662
1835 2015. 7.11.흙날. 저녁비 옥영경 2015-07-31 66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