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조회 수 2328 추천 수 0 2003.12.26 11:16:00
얼마 전
한 청년이 다녀갔습니다.
걸어서 여행을 하는 가운데 있다하였습니다.
영동 읍내 기선샘의 소개로 물꼬를 왔더랬지요.
닷새쯤 머무르며 손 보태고 가겠다더이다.
아이들은 그를 불량스님이라 불렀습니다.
스님같진 않은데 머리가 짧은 탓이었겠습니다.
"연습이지. 이제부터 세어서 닷새여야지."
닷새를 앞두고 그랬더니
또 선뜻 마음을 내주었습니다.
첫눈이 그 즈음 내렸지요.
그 눈을 상규샘이랑 같이 맞아서
식구들이 더 좋아했던가 봅니다.
통닭 내기하던 야구하며
밤새 나누던 얘기하며
일 짬짬이 풋풋한 시간들도 많았더랍니다.
살아온 시간들을 들려주던 상규샘 생각이 나네요.
어쩜 그리 얘기를 쫀득쫀득하게 하던지...
상규샘 나가던 그 아침,
떠나는 손님들로, 들어오는 이들로, 무던히도 북적였댔습니다.
발 아픈데 바르라고 챙겨주려던 목초액과
꺼내놓고 삶아주지 못한 달걀을
그 날 저녁답에야 생각해내었지요.
못내 이것저것이 아쉽습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컸던
상규샘입니다.
지금도 어느 길 위를 걷고 있을 테지요.
아무쪼록 건강했음 좋겠습니다.
곧 다시 온다 하였으니
기다리면 될 일이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14 98 계자 이틀째, 8월 17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8-18 2060
6513 품앗이 여은주샘 옥영경 2004-02-20 2060
6512 마지막 합격자 발표 2월 20일 쇠날 옥영경 2004-02-23 2059
6511 39 계자 열 나흘째 2월 8일 옥영경 2004-02-11 2054
6510 시카고에서 여쭙는 안부 옥영경 2007-07-19 2053
6509 6월 7일주, 우리 아이들이 한 일 옥영경 2004-06-11 2053
6508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2052
6507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2047
6506 고기 또 먹던 한 날, 5월 16일 옥영경 2004-05-26 2045
6505 8월 1-4일, 배혜선님 머물다 옥영경 2004-08-09 2042
6504 2011. 6.14.불날. 맑음 / 보식 2일째 옥영경 2011-06-18 2036
6503 124 계자 이튿날, 2008. 1.14.달날. 꾸물꾸물 잠깐 눈방울 옥영경 2008-02-18 2033
6502 4월 10-11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4-04-13 2032
6501 39 계자 닷새째 1월 30일 옥영경 2004-02-01 2023
6500 8월 23일, 류기락샘 출국 전날 옥영경 2004-08-25 2020
6499 124 계자 사흗날, 2008. 1.15.불날. 맑음 옥영경 2008-02-18 2015
6498 일본에서 온 유선샘, 2월 23-28일 옥영경 2004-02-24 2013
6497 39 계자 나흘째 1월 29일 옥영경 2004-01-31 2011
6496 2009. 7.13.달날. 지난 밤 큰비 다녀가고, 두어 차례 더 옥영경 2009-07-30 2008
6495 39 계자 아흐레째 2월 3일 옥영경 2004-02-04 200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