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13.물날. 맑음

조회 수 1141 추천 수 0 2009.05.24 20:33:00

2009. 5.13.물날. 맑음


오늘 산길을 내려오는데 지칭개 폈습디다.
맑은 자주색 그 꽃을 보면
기분이 그리 말갛게 됩니다.
엉겅퀴도 꽃대 오르고 있데요.
가시 달고 짙은 자주색 꽃 하나를 달고 있으면
첫인상은 사나워 보이지만
그만 아릿해지는 꽃입니다.
철원평야의 엉겅퀴를 부르던
화염병 뒹구는 거리에서 보낸 날들에 부른 노랫가락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엉겅퀴야, 엉겅퀴야, 난리통에 서방 잃고~”
애기똥풀은 여전히 샛노랗게 길가를 덮고 있었습니다.
마을에는 벌써 모를 심기 시작했지요.
오후에는 아이랑 작두콩도 심고 오이도 심었답니다.
작년에 작두콩을 심고 종자를 받아보았지만
영 부실하여 밖에서 들인 모종입니다.

물날 저녁마다 잡혀있는 모임 하나 있는데
오늘은 미리 가서 무리하게 일을 처리해둡니다.
늘 만나고픈 어르신 한 분이
마침 오늘 저녁 시간을 낼 수 있다 하니
별 수 없이 제 일정을 포기했지요.
여러 사람들과 걸쳐있는 일이어
달려가서 내 몫의 분량을 급하게 처리하고 나선 걸음이었더이다.
직지사 앞에 가서 저녁을 먹고
직지공원을 좀 거닐었지요.
쉼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쉬어가게 하고팠던 게 어르신의 배려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 감자꽃도 폈습디다,
기특하데요.
거친 땅에서도 실허게 박차고 오르더니
그예 꽃을 피웠습니다!
산골 살면 산 것들이 살아내는 생명의 길들이
우리 삶을 끌어줍니다.
살만 한 세상이라 격려해줍니다.
잘 살아라 북돋워줍니다.
하기야 어디 살아 숨 쉬는 것들만 그런가요.
그냥 그 자리 버티고 있는 바위조차
살아라 살아라 등 두드려주지요.
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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