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15.쇠날. 빗방울

조회 수 1100 추천 수 0 2009.05.24 20:34:00

2009. 5.15.쇠날. 빗방울


물꼬의 '해건지기'는 계속됩니다.
비가 오나 눈이 내리나
아침 수행은 이어지지요.
그렇게 만든 몸과 마음이
우리들을 잘 세워주고 있답니다.

“비 많이 왔지?”
서울은 비 많이 내리고 있다는데
여기는 기대만 잔뜩 부풀리고 빗방울 겨우 맛만 보여주었습니다,
땅에게 미안하리만치.
올 듯 올 듯한데, 하늘이 애를 태우네요.
기다려 봅니다.
그래도 모를 낼 때는 내려주던 비였습니다.

산길 내려오는데 찔레꽃 폈습디다.
엄마 일 가는 길 하얀 찔레꽃,
찔레꽃 피면 내게로 온다던 오지 않는 친구,
그 향기가 너무 슬퍼서 울었다는 꽃...
학교 마당 꽃밭에는
함박꽃도 망울 터뜨리기 시작합니다.

유화를 그리러 가는 길이어
샘을 위해 작은 꽃바구니 하나 만들어갑니다.
돌단풍을 깔고 씀바귀를 한가득 두르고
거기 카네이션 두 송이 꽂았습니다.
지난 늦가을 물을 들인 스카프도 하나 챙겨가지요.
목에 있는 상처로 늘 한 여름에도 스카프를 두르는 당신이십니다.
그 가난한 선물을 안고도
기쁨으로 노란 씀바귀보다 더 환하게 오래 웃으셨습니다.

네, 스승의 날입니다.
제자들에게 몇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버이날에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에게서 온 전화의 반가움만큼이나
고마움과 반가움 컸지요.
한편 선생님들께 몇 통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 역시 기뻤듯
당신들 역시 기뻐하십니다.
고마운 일들입니다.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같이 공부하는 동년배 친구입니다.
같이 모여 해야할 과제가 있는데 자기가 맡아 하겠답니다.
늘 벅차게 일이 많다고 곁에서 해주는 배려입니다.
학교 하나를 보내겠다고 참 여러 사람들이 애써준다 싶지요.
고맙습니다.

풍물이 있는 오후였습니다.
다들 몇 해 혹은 십 수년을 해오던 일이라
새로 결합한 이와 호흡을 맞춰보는데
금새 신명을 탑니다.
오래 한 일들은 그렇게 몸에 붙게 되지요.
난계국악의 송백윤샘이 안내하셨답니다.

미선샘이 물꼬의 작년 재정 정리를 마쳤습니다.
행정간사가 비어있던 해였으니
고스란히 밀린 일이었지요.
그래도 기록은 남겨두어 다행입니다.
그걸 분석하고 규모를 살펴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일을 맡았지요.
농사일 하는 가운데 틈틈이 시간을 쪼개더니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합니다.
그가 있어 얼마나 많이 덜어진 일들인지요.
어디 가서 제 쓰임도 그런 모습이기를 바란다지요.

마을회관에 노래방기기가 들어왔습니다.
개시하느라 종일 노랫소리 컸다 합니다.
교장이며 학교 식구들은 아니 오냐 여러 번 부르셨다지요.
밖에 한참을 나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하기야 마을에 있어도 학교 대문 밖을 나가기 쉽잖지요.
뭐이가 그리 바쁜지...
어쨌든
그런 즐거움을 곁에서 보는 것만도 좋습니다,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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