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18.달날. 맑음

조회 수 1210 추천 수 0 2009.06.03 01:01:00

2009. 5.18.달날. 맑음


애기똥풀이 쓰는 시를 읽습니다.
아카시아 꽃 핀 가지 끝에 걸린 시를 읽습니다.
그들이 시인입니다.
풀밭의 독자가 되어 한껏 올려다보며
바람 이는 가지 끝을 보았지요.
싱그런 5월입니다.

곶감집 뒤란도 구석구석 들깨 뿌리려 골라 놓고
또 뭔가 심지 하고 둑도 올려놓았습니다.
된장집 뒤론 강낭콩과 고구마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강낭콩은 꽃까지 피웠데요.
길 아래 밭엔 마늘과 토란과 호박과 대파가,
간장집 뒤란엔 고추와 감자가,
앞 남새밭엔 상추 아욱 시금치 열무 배추 강낭콩 오이 가지가
오늘은 목을 좀 축였지요.
종대샘 와서 모내기 할 논에 로터리를 쳤네요.
달골 콩밭 일부도 야콘을 심기 위해 갈아엎었지요.
따르는 한 어르신이 보내준 초코파이와
잘 숙성한 매실효소를 참으로 먹었답니다.

아침에는 식구들이 잘라둔 쑥과 멸가치를 효소 담고,
오후에는 학교 지붕 위로 올라가 아카시아 꽃을 거두었습니다.
아이는 참 쉽게도 지붕 위를 오르내리며
손을 보탰지요.
아카시아는 섞지 않고 따로 효소를 담아볼까 합니다.
따놓은 뽕잎과 머위도 효소항아리에 넣으려지요.
아, 뽕잎차도 덖어야는데...

그런데 일찍 주운 풋매실 항아리를 들여다보니
어째 곰팡이가 일었습니다.
“쉬 버리지 마라.”
무식한(?) 울어머니 말씀 생각나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될 수도 있다.”
변증법도 그런 것 아니었던가요.
식구들은 떨어진 살구도 아까워 줍고 있답니다,
효소단지에 넣어보라고.
그래요, 풋것이 갖는 독도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양양의 스승 무운샘 말씀대로 올해는 해보려지요.
“비싸기도 하고...”
흔히 설탕과 1:1 비율로 한다지만 굳이 그러지 마라셨습니다.
“식초가 되고, 그렇게 1년만 숙성시키면 효소 다 돼요.”
그리해보려지요.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얼룩졌던
5.18입니다.
한편 그 젊은 것들의 성년식이 또한 오늘이네요.
속절없이 죽어간 젊은이들에 대한 추모와
스치기만 해도 열꽃이 일 것 같은 젊음의 잔치가
한 날입니다.
앞선 젊음이 따르는 젊음들을
잘 안내하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지요.

아, 5월 29일에 가기로 한 김천의 초등학교에
오늘 강연원고를 보낸 일도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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