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21.나무날. 새벽비 내렸다 개다

조회 수 1197 추천 수 0 2009.06.06 01:54:00

2009. 5.21.나무날. 새벽비 내렸다 개다


새벽비 내립니다.
목 축이는 대지의 것들처럼
풀인 양 잠시 몸을 축입니다.
소만(小滿)입니다.
모내기를 시작하고 보리를 베는 때라지요.
참 절묘한 절기입니다.
낼모레 이곳도 모를 낼 거지요.

아이가 버스 타고 읍내를 다녀옵니다.
시골버스는 소식통이지요.
그 아이가 무슨 말을 했고 무슨 행동을 했는데
죄 듣게 됩니다.
노래를 신나게 부르더라지요.
얼마 전 외할머니가 Mp3를 사주셨는데
버스에서 오며가며 듣나 봅니다.
“요새 음악들은 공간(여유)이 없이 다 채워요.”
리메이크한 곡을 들으며 나름 그리 평하더라나요.
“생명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그런 노래(자유학교 물꼬 교가 1)도 옛날에는 그냥 불렀는데
이제는 가사를 생각하며 부르게 돼요.”
그러며 버스 뒤에서 창문으로 목 빼고
바람을 한껏 맡더랍니다.
아하, 요새는 그런 생각을 하며 지내는구나 싶었지요.

저녁 7시 영동생평평화모임 있었습니다.
박근춘님 정봉수님 손석구님 이영현님 최아선님 김정기님 이경희님 이희연님
그리고 아이들 도현 보리 나한이가 함께 했습니다.
채식밥상으로 저녁을 먹고
지난 한 달을 돌아보는 거울보기가 먼저 있었지요.
논문심사가 있었는데, 짧은 호흡으로 살아오다
논문을 쓰며 길게 호흡하는 법을 익히는 한 해였노라고도 하고,
긴 세월을 참 어리석게 살아왔음에 대한 회한도 있었고,
계획을 세우려면 구체적으로 세워야겠더라
(아니면 잘 안되니까) 그리 깨닫는 시간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었지요.
그런데 처음 참석한 이경희님 차례에서
잠시 살아온 날들을 듣게 되는데,
채식전도사로, 또 초보 농사꾼으로, 그리고 초보 산골살이로 겪어낸 이야기가
어찌나 재미가 있던지 모두 그 바다에 수장되었더랬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제일 쉽고, 그만큼 잘할 수 있으며,
자기 사는 이야기를 할 때야말로 이야기가 힘이 있다 싶었지요.
오늘 강연은 최아선님과 이영현님이
5박 6일의 연해주방문기를 들려주기로 했습니다.
어느 종교단체에서 식량위기에 대비해 짓고 있는 농사터를
주욱 돌아본 시간이었다 합니다.
그 수익금으로 고려인 정착과 북한돕기를 크게 하고 있다지요.
종교의 순기능이겠습니다.
생평모임이 같이 한 번 떠나보자는 의견도 나왔답니다.
갈무리.
“신체험학습의 장이네요.”
“이야기가 아니라 삶을 듣는 것 같아 좋아요. 학교 공교육에 있어서 불필요한 갈등, 그 속에 상처받고 가슴 아프고, 그 안에서 실갱이... 그런데 여기 오면 농사, 자연적인 순리, 그 말씀대로 아이들도 그리 자라고... 치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사는 일이 참 멀지만 그래도 여전히 유쾌하고 아이들이 있어 좋습니다. 우리는 사람이고, 여전히 사람이 할 일이 있어서 또한 좋습니다.”
아름다운 밤이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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