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27.물날. 맑음

조회 수 1096 추천 수 0 2009.06.07 13:38:00

2009. 5.27.물날. 맑음


곳곳에서 분향하는 소식이 전해져옵니다.
“네 몫까지 할게.”
우울이 전염될까 서로 소식을 닫고 있기도 할 겁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려나 싶어.
세상은 야속도 하지요.
볕은 너무나 좋고 바람은 달디 달며
살아 움직이는 무수한 것들이 세상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곳도 다르지 않지요.
물날 오전은 아이랑 영어 공부를 하고
밭 이곳저곳을 살핍니다.
곶감집 뒤란 밭에는 들깨가 우르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작년엔 깻잎 갈무리를 잘 못해
이웃에서 얻어먹은 게 더 많았지요.
올해는 장아찌를 잊지 않으려구요.
간장집 뒤란 밭엔 감자꽃 예쁘게도 피었습니다.
하지께는 수확을 할 것이니
달포도 남지 않았네요.

우렁이가 도착했습니다.
그들이 논농사를 짓지요.
큰 녀석들은 모를 내고 한 주 뒤에 논에 넣어주는데
작은 녀석들은 모낸 다음 날 바로 넣어주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물 흐름을 느끼게 하면 안 되며,
물꼬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기 쉬우니
촘촘한 그물을 미리 잘 대놓았지요.
논에 난 풀만 잡아주어도 농사가 얼마나 수월한지요.
세상 것들이 다 고마운 삶입니다.

“엄마!”
어느새 감꽃 피고 있었습니다.
잠시 바깥을 다녀오는 엄마에게
아이는 손에 움켜쥔 감꽃을 건넵니다.
감꽃이 떨어지면 아이들은 목걸이를 엮어
담임교사에게 걸어주고는 하였더랬습니다.
감잎차도 덖을 때가 되었지요.
시절이 잘도 갑니다.

서울 사는 품앗이일꾼이 전화 예약을 했더랬습니다.
내려오지 못한 지 한참 된 그는
그리라도 밀린 얘기 나누고 싶어 합니다.
여기서도 맘 다르지 않지요.
야삼경의 전화가
한 시간을 넘고 두 시간도 훌쩍 넘습니다.
멀리 있어도 그는 늘 물꼬를 일컫기를
‘물꼬가’ 라고 아니하고 ‘우리가’라고 하지요.
그래서 물꼬는 대식구이지요.
그 ‘우리’들이 같이 지켜내는 공간이고
위로 받고 위안 받는 공간이랍니다.
모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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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27.물날. 더움. <딸기잼>
오후에 내가 뜨거운 더위에서 힘들게 딴 딸기로(화단에 있는 딸기) 저녁 늦게 엄마가 돌아와서 같이 딸기잼을 만들었다.
만드는 방법은 딸기 1, 설탕 1/4, 레몬 1개 즙, 물 3숟가락을 넣는다. (이때 딸기는 꼭지와 이물질을 제거한다.) 그 다음 끓이는데, 중간에 조그마한 국자로 위에 뜬 거품을 걸려낸다. 그 후에 다 된 걸 알려면 물을 접시에 받아서 잼을 살짝 떨어트려버리고 물에 풀어지지 않으면 불을 끄고 살균소독한 병에 담으면 끝이다.
내가 빵에 찍어 먹어봤는데 엄마가 한 거라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감동적인 맛이었다. 행복하다.

(류옥하다 / 열두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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