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29.쇠날. 꾸덕거리는 하늘 / 강연과 1일 체험

조회 수 1121 추천 수 0 2009.06.07 13:39:00

2009. 5.29.쇠날. 꾸덕거리는 하늘 / 강연과 1일 체험


새벽 뒤척이다 잠을 깹니다.
국민장이 있는 날입니다.
가슴 먹먹한 아침이지요.

오늘은 김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특강이 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넘어가
아이는 일일학생체험을 하기로 했고,
저는 수업들을 참관한 뒤 오후에 강연을 하기로 했지요.
30년 된 교사의 교실에서 4차시까지 보내고
전교생이 다 모여앉아 먹는 식당으로 갔습니다.
그런 구성원(교사)들이 모이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소문난 만큼
정말 식구같은 분위기이데요.
이런 곳이라면 대안학교를 고민할 것 없는
가장 긍정적 형태인 제도학교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디다.

강연.
농촌학교실습을 온 교대 4학년생 열둘과
그 학교 샘들이 함께 했습니다.
뭐 할 말이 별 없지요.
교사로 제 역할을 잘해내고 있는 이들과
교사로 나가기에 준비가 다 된 이들을 앞에 놓고 무슨 말을 할지요.
보낸 원고로 물꼬이야기는 대신했고
가벼운 이야기 몇 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날이 날(국민장)이라 마음이 가라앉아서도 그랬을지 모르겠고,
이런 말들이 자기 자리에서 이미 안온한 이들에게 무엇일까 싶은
무용론이 스며 그렇지 않았겠나 싶지요.
교사들, 아이들의 안전이란 이름 아래 참 모험을 하지 않는다,
국가교육수준 교육과정의 교재에만 너무 의존하는 것 아니냐,
교안이나 교재 같은 구조적(교수공학적인)인 것에 너무 갇혀있는 건 아니냐,
비구조적 상황(즉흥이 없는)에 너무 기대는 건 아니냐,
결국 틀을 좀 벗는 용기가
아이들의 배움을 더욱 확장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작은 학교가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을 거다,
기대가 크다 그리 맺고 말았지요.
몇 교사와 교류를 약속하고,
필리핀영어교사랑 오고 가기로도 하고,
류옥하다의 제도 학교 경험(한 학기 또는 한 학년)을
이 학교에서 하면 어떨까하는 의견들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길이 너무 머네요, 아고.
서로 고민을 해보자고들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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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29.쇠날. 더움. <1일 체험학교>

내가 기효샘의 제안으로 개령초등학교에 5-1반에 1일 체험을 하게 됐다.
일단 그 학교는 시골학교라서 전교생이 53명이었다. 5-1반은 7명인데 여자 5명 남자 2명이었다. 애들이 되게 착하고 심술궂지가 않아서 되게 마음에 들었다.
내가 처음 가서 내 소개를 간단하게 하고 나서, 애들이랑 얘기도 하고 좀 친숙해졌다.
첫 번째 수업으로 영어발표, 소개를 하는데 나도 한 번 해보라 그래서 해봤는데 애들이 잘 한다고 그랬다.
두 번째 수업으로 과학시간에 꽃 그림 그리고, 관찰했는데 내가 장미를 그렸더니 내가 포함돼 있는 조가 내가 그림을 잘 그린다면서 씀바귀, 국화 등도 그리게 했다. 어째 기분이 좋았다.
세 번째 수업은 사회 시간 때 환경문제 등을 논의했는데 내가 많은 걸 알고, 대답도 잘하니까 애들이 혈압 오른다고 했다. 국어도 마찬가지였다.
그 다음 영어와 컴퓨터 방과 후 공부를 했는데 내가 필리핀 영어샘이랑 얘기도 나누고 애들 모르는 문제도 도와주자 애들이 내가 영어 잘한다고 말해줬다. 샘도 나중에 엄마한테 나 영어 잘한다고 했다고 한다. 컴퓨터는 내가 많이 뒤떨어졌다. 더 잘 연습해야 되겠다.
오늘의 체험으로 느낀 점은 수업을 컴퓨터와 TV 등으로 하는 게 신기했고, 내가 제도교육 아이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좀만 더 열심히 하면 난 다른 애들보다 몇 배나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점수표다. (애들 50점 기준)
수학: 45~50점, 문제를 좀 더 빨리 풀어야 되겠다.
과학: 60~65점, 좀 더 노력해야 되겠다.
국어: 60~65점, 약간 이해력, 등이 더 필요하다.
사회: 65~70점, 좀 더 보충이 필요하다.
영어: 65~75점, 읽기가 약하다.
컴퓨터: 35~40점, 타자가 느리고 잘 모른다.
평균: 60점

(류옥하다 / 열두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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