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31.해날. 맑음

조회 수 940 추천 수 0 2009.06.10 01:01:00

2009. 5.31.해날. 맑음


공동체의 적정 규모에 대해 오래 생각해왔습니다.
딱 열 안팎이면 좋겠다는 요즘 생각이지요.
효율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서로 전인(全人) 될 수 있는 좋은 규모다 싶습니다.
열 두엇, 어제 오늘이 그러네요.
어제 들어온 집안 사람들과
학교 안팎을 좀 챙깁니다.
고래방 뒤란과 학교를 둘러친 바깥의
무성히 오른 풀도 정리하고
빈 뒤주를 위해 방아도 찧었지요.
쌀 곳간 옆 오랫동안 쌓여있던 건설현장의 나무들 정리를
큰 숙제로 삼은 오늘이기도 했습니다.
꺼내고 자르고 본관 뒤란 화목보일러 앞으로 옮기고...
그 자리를
효소저장소(냉암소까지는 아니더라도)로 쓸까 하지요.
“다시는 이런 물건 받지 마세요.”
되쓰기가 더 어렵다는 말씀들이겠습니다만
재활용을 하는 것도 꼭 효용가치로만 바라볼 건 아니다 싶습니다.
사는 게 더 싸고 적절할 수 있지만
있는 물건들을 잘 쓰는 것이
산골에서 사려는 뜻과 다르지 않은 지라...
허물어져가던 책방 바깥문 앞의 야외테이블도
흉물스럽던 시간을 청산하였지요.
2006학년도에 만들었던 것인데
마치 한 시대를 정리하는 것 같은 상징적인 의미가 되기도 하더이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 게지요,
그리고 새 날들이 오는 게지요.

한편 아이들은 밭딸기를 땄습니다.
그걸 또 잼으로 만들고
집집이 조금씩 나눠드렸지요.
마침 버섯도 좋은 선물꾸러미가 됩니다.
여자들은 본관을 구석구석 청소했습니다.
야문 사람들이라 구석구석 먼지를 어찌나 잘 털어내 주던지요.
산골 낡은 살림이란 게 해도 해도 표도 안 나지만
안하면 바로 표가 나버리는데,
한 달은 손대지 않아도 되겠습디다.

점심은 여름날 먹기 좋은 월남쌈으로 냈습니다.
여기 식구들도 즐기고
처음 온 이들도 제 취향 따라 쌀종이에 얹어들 잘 먹었지요.
먹는 것도 귀한 일이란 걸
이 산골 들어와 살며 알았습니다.
도시에선 그저 때우는 끼니가 되었더랬는데...

손님들이 또 들었네요.
상주에서 도현이네가 왔습니다.
일곱 살, 다섯 살, 세 살 아이들을 데리고
산골에 들어간 생태주의자들이자 엄격한 채식주의자들입니다.
7급 별정직 공무원자리를 버리고 간 그들이지요.
서로가 사는 삶을 잘 나누었습니다.
가져온 알타리와 양파로 김치도 담아주고 갔지요.
미나리와 청경채도 바구니에 들었데요.
좋은 이웃을 만나 좋습니다.
배울 게 많은 그들이지요.
달마다 한차례 있는 지역모임인
생명평화모임에서 계속 만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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