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5.쇠날. 맑음

조회 수 964 추천 수 0 2009.06.13 23:42:00

2009. 6. 5.쇠날. 맑음


망종입니다, 보리 익는 때라지요.
지금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이가 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 하나를
작업할 때 들으라며 컴퓨터에 깔아주었지요.
아이 낳고 몇 해만 애를 쓰고 나면
저들이 외려 어른을 건사해준답니다.
이만만 자라도 손이 하나도 안 가지요.
오히려 살림을 다 살펴주는 아이들,
그래서 자식 낳아 기른다고 농들을 하던가요.

“아...”
큰마당에서 올 여름 첫 반딧불이를 보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마당을 나왔을 때였는데요,
우리는 감탄사만 낸 채
그를 좇으며 마당을 떠날 줄 몰랐지요.
달골 오르는 길에도 아이가 소리쳤더랍니다.
“반딧불이다!”
아, 여름밤입니다.
식구들이 달빛 아래 마당을 거닙니다.
마당가를 돌았지요.
제 영역을 표시하느라 똥을 누는 짐승들처럼
사람의 영역을 표시하는 밤이었답니다,
특히 뱀들한테 그 바깥에서 놀아라고.

풍물 치는 한낮이었습니다.
군에서 지원하는 예산으로 돌리던 수업인데,
그게 바닥이 났다 합니다.
그래서 곳곳으로 출강하던 샘들이
6월까지 종강하고 추경예산을 기다리게 되었다지요.
안타깝습니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 그랬다는데
한 곳이라도 제대로 마무리 할 수 있게 해주었음 좋았을 걸.
우리도 19일을 종강날로 잡았네요.

봉사활동 건으로 가끔 전화나 메일을 받습니다.
아이가 하면 좋겠는데,
엄마들이 하는 경우가 잦지요.
지가 답답하면 하겄지요.
그런데 결국 부모가 답답한 겁니다.
그러고 보면 물꼬에 오가는 새끼일꾼들 참 대견합니다.
저들이 신청하고,
학원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모님들을 설득하고,
예 다녀가면 그만큼 진도를 따르기도 쉽잖을 텐데
여름날과 겨울날을 예서 보내고,
그것도 불편하기와 고생스럽기가 이를 데 없는데
봉사활동확인서를 챙기는 것도 아니면서 그 고생을 하고...
그 아이들 보고픕니다.

산에 살아도 늘 산이 그립지요.
그리움의 속성이 그러하겠습니다.
사람에게도 다르지 않을 겝니다.
가끔 그리움으로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지요.
그래서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가을날의 편지를 받아달라는 것일 테구요.
오늘 그리운 이에게 문자 넣습니다.
그저 담담히 잘 있느냐만 묻습니다,
그립다는 말 다 빼고.
때로 건조한 몇 마디가 절절한 그리움의 문장 보다
더 짙은 애탐을 담기도 하는구나,
새삼 ‘말’에 대해 생각했더랍니다.
존경할 만한 지도자가 드물었던 나라에서
충분히 그럴만했던 떠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마음도 다르지 않아
아직도 상복을 벗지 못하고 있는 날들입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서울대를 비롯한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진 데 이어,
전국 30개 대학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했다는 소식입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국민장 시기 동안 거대한 애도의 물결은
전직 대통령을 자살로 몰아간 현 정권에 대한 분노가 녹아 있다...
정치검찰과 이를 종용한 이 정부는 결코 그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자신의 생명을 지키려는 철거민과 노동자가 죽었고,
서울광장을 봉쇄하는 등 민주주의마저 죽음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는 죽음의 행렬에 대한 슬픔을 넘어
반민주 반민생의 결정판인 MB악법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
독재정권에 맞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쟁취한 피 묻은 민주주의의 역사는
2009년을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도 현재의 역사로 다가오고 있다....
힘을 모아 제2의 촛불항쟁으로 만들어가는 역사적 사명을 다할 것이다."
그나마 위로입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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