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11.나무날. 말짱해진 하늘, 바람 아직 훑고 있었으나


아침, 말짱해진 하늘입니다,
바람은 아직 훑고 있었으나.

비로소 난로들을 치웠습니다.
교무실, 책방, 가마솥방...
5월이 저물도록
밤에는 불을 피워야하는 이곳이지요.
연통을 뜯어내고, 화덕을 들어내고, 깔판을 빼내고...
한 철을 그리 보낸다지요.

옥수수밭 풀을 맸습니다.
무성키도 했지요.
살아 평생 옷 한 벌 못 해 주고
죽어 처음으로 아내에게
베옷 한 벌 해 입혔다던 시인이 있었습니다.
옥수수밭 옆에다 아내를 묻은 시인은
“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내는 것이
한 해 한 번 아내를 만나는 길임을 알았다던가요.
남은 이에겐 남은 삶이 있을 테지요.

밭에 앉았으니 제법 키가 자란 옥수숫대들이
또 다른 생각을 불러옵니다.
워낙 대중적인 작가의 글은 손을 잘 대지 않게 됩디다.
읽더라도 책방에 서서나 도서관 서가에서
건성건성 넘기게 되더라구요.
궁금은 한 거지요.
<옥수수밭의 아이들>이란 단편이 있었습니다.
악마의 성서에 사로잡힌 아이들이
순수하지 못한 어른들을 모두 없애고
마을 아이들로만 공동소유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 어찌 되었을까요?
이십 년도 넘게 아이들을 만나오고 있으니
아이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라면 솔깃하게 되지요.
한 번 찾아서 읽어보실래요?

한 학기동안 공동 작업을 했던 젊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공부가 주된 일이니 너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채근하며
무임승차했던 시간들도 있었지요.
오늘 마지막 모임을 하고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밥 이상의 의미이다마다요.
게다 뭔가를 한바탕 끝내고 정리하는 시간을 맞는 건
누구에게라도 느꺼운 일일 겝니다.
참말 애들 썼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974 2014. 4.13.해날. 비내리다 갬 옥영경 2014-05-15 691
1973 2013. 9.18.물날. 맑음 옥영경 2013-09-25 691
1972 2019. 5.21.불날. 맑음 옥영경 2019-07-24 690
1971 2019. 5. 8.물날. 맑음 / 당신이 잘되기를 바라 옥영경 2019-07-09 690
1970 2016. 6.10.쇠날. 맑음 옥영경 2016-07-06 690
1969 2014. 7. 3.나무날. 비 옥영경 2014-07-16 690
1968 2014. 6. 4.물날. 흐리다 빗방울 옥영경 2014-06-24 690
1967 2014. 5.11.해날. 비바람 부는 어둔 산마을 옥영경 2014-06-04 690
1966 2014. 2. 3.달날. 맑음 옥영경 2014-02-18 690
1965 2013. 6.10.달날. 맑음 옥영경 2013-06-23 690
1964 2019. 3. 1.쇠날. 미세먼지로 긴급재난문자가 울리는 옥영경 2019-04-04 689
1963 2016. 3.18.쇠날. 비 옥영경 2016-04-06 689
1962 2015. 7. 1.물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15-07-29 689
1961 2015. 2.16~17.달~불날. 비, 이튿날 흐림 옥영경 2015-03-13 689
1960 2014. 2. 9.해날. 눈 옥영경 2014-02-28 689
1959 2013.12. 5.나무날. 흐리고 뿌연 하늘 옥영경 2013-12-25 689
1958 2015.12.14.달날. 비 옥영경 2015-12-29 688
1957 2015.10. 7.물날. 맑음 옥영경 2015-11-01 688
1956 2015. 6.23.불날. 맑음 옥영경 2015-07-23 688
1955 2015. 6.13.흙날. 구름 조금 맑음 옥영경 2015-07-20 68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