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16.불날. 맑음

조회 수 935 추천 수 0 2009.06.24 23:47:00

2009. 6.16.불날. 맑음


여름방학이 가깝긴 가깝나 봅니다.
계자 문의가 많지요.
그게 당연히 이곳의 일이지만,
그게 참 일이랍니다.
이왕이면
다녀간 아이들을 통해 오는 아이들이 반갑습니다.
이곳이 얼마나 불편한지,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불편이 얼마나 풍성함을 가져다주는지,
이미 정보를 가졌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다시 오는 아이들의 비율이 높은 계자로 유명하다니
여간 신나는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상설학교에 대한 문의 역시
유달리 많은 올해입니다.
학교를 떠나고픈 이들이 갈수록 많아지나 보지요.
“댁에서 가까운 곳에서 찾으시지요,
굳이 대안학교이기보다
대안학교 못잖은 제도학교를 찾아보시는 건 어떨지요...
저희는 그냥 같이 사는 사람들이
홈스쿨링 형태로 아이 키우는 곳인지라...”
웬만하면 부모 그늘에서 집 가까이 있는 학교에 잘 다녀보라
대안학교행을 말립니다.

읍내 나가 있는데 학교로부터 연락입니다.
“감잎이 노래요!”
어제 뽕잎차를 덖은 뒤
남겨둔 감잎차를 오늘 찌자고들 하였지요.
“인터넷에서는 1분 30초라는데, 시간이 맞아요?”
30초만 찌고 다시 30초 찌라 합니다.
정해진 게 어디 있나요,
집집이 화력도 다를 테고,
찜통도 다를 테고,
채반도 다를 것을...

이번 주를 넘기지 않고 처리를 해야 할 일이 있어
한 이틀 밤을 지새웠다고
오늘 낮은 힘에 겹습니다.
아이 밥 먹는 곁에서 맥주를 한 잔 하지요.
날은 또 왜 이리 덥답니까.
저녁에는 늦은 공부를 하고 있는 벗이
기말고사를 끝냈다고 연락입니다.
마침 읍내에 있던 길이어 또 술 한 잔이었네요.
대해리에서 입에 댈 일 잦지 않은 술을
읍내에서 거푸 두 끼랍니다.
나이 들었습니다,
힘에 부치는 거지요.
그래서 농사꾼들이 막일꾼들이
술을 걸칠 수밖에 없다더니...

점자를 읽어야하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내내 손도 못 대고 날이 흐르고 있었던 학기였습니다.
그게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거든요.
아, 암기에도 늙었을 겝니다.
그래도 어느 때고 할 일은 그예 해두어야지요.
하여 지난 주말 저시력을 가진 벗의 도움으로
겨우 좀 익혔더랬습니다.
일일이 점필로 찍고 맞나 감수를 받았더랬지요.
수화와 점자,
물꼬에서 왜 익히려는지 새삼스럽게 늘어놓을 필요도 없지요.
우리는 장애 문제를 아주 실질적인 소통으로 바라봅니다.
가르칠 만큼의 실력이 준비되지 않았는데도
따로 선생을 이 산골까지 부르기는 번거로우니
이런 형편에도 점자를 가르쳐오고 있었지요.
읽기는 아예 엄두를 못 내다가
비로소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어려운 벽을 뛰어넘으면 좋다마다요.

부엌과 부엌곳간을 선진샘이 정리합니다.
“참, 지저분한 살림이라 정리해도 표가 안 나는데
정리를 안 하면 표가 난다고 옥샘이 그러시더니...”
정말 그렇더라나요.
훤해졌습니다.
포도밭에는 기표샘이 들었지요.
참 큰 힘입니다.
하기야 몸집은 또 얼마나 좋은 그인지요.

수업이란 걸 들으니 시험이란 걸 보게도 되지요.
자정이 넘어서야 준비를 하는데,
한밤중 멀리서 깨어 있어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고맙지요.
이렇게들 얽혀 또 살아나가는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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