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17.물날. 저녁답의 소나기

조회 수 1159 추천 수 0 2009.06.24 23:48:00

2009. 6.17.물날. 저녁답의 소나기


영동 읍내에서 상촌,
그러니까 물한계곡 길로 넘어오자면
고개 하나를 넘어야 합니다.
신우재라 부르지요.
황간으로 빙 둘러오던 길이
수년 전 그 고개가 포장되면서 시간을 벌어줬습니다.
돌아오던 밤길,
고개를 막 벗어나 이 쪽 길이랑 T자로 만나는 곳에 이르렀는데,
길이 온통 흥건합니다.
어디 공사라도 했나 갸웃거리며 차를 모는데
온 길이 다 젖었데요.
저녁답에 한 시간 가량 소나기 내렸다지요.
산 아래랑 예랑 그리 날씨가 다릅니다요.

“야...”
같이 공부하던 가까운 몇 사람들이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학기 갈무리이지요.
그런데 서로 모아놓으니
지난 한 주를 어찌 보냈는가 훤히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이 사람이 밤 샐 때 저 사람이 깨어있고
저 사람이 지새울 때 또 다른 이가 깨어있었음이 드러납니다.
서로 연락해야할 일들이 있었으니까요.
정말 한 주를 줄기차게 날밤을 새워왔습니다.
“체력이 돼?”
그러게요,
물꼬의 수련이, 물꼬의 일상이, 그리고 물꼬의 밥상이
건강을 지켜준다 싶더이다.
이곳에 살아서 참말 좋습니다.

어제는 콩나물국밥 전수가 있었습니다.
물꼬의 콩나물국밥은 소문자자하지요.
멀리서도 여럿 물어옵니다.
오늘은 선진샘이 그 국밥을 끓여냈네요.
기표샘은 다른 샘들과 견주어
꼭 선진샘한테 한마디 핀잔을 주지만,
퍽 맛났답니다.
그런데 마을사람들이 모여 대청소를 하는 오늘,
아침도 안 먹고 나간 남자들이
중간에 들어오기 번거로와 내리 있느라
그 국밥 못먹었네요.
마을회관에서 점심을 냈는데,
죽이어서 일한 사람들이 많이 아쉬워했더라나요.
그 사이 아이랑 다른 식구들은
모둠방 먼지를 털어냈지요.

이곳 식구들은 모두 날적이를 씁니다.
방문자는 방문자일지를, 소사는 소사일지를,
교무실일지는 교무실일지대로 장이 넘어갑니다.
성찰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기록’입니다.
그래서 물꼬에 있으면 글이 는다고들 했습니다,
자꾸 쓰니까.
선진샘과 기표샘의 일지를 들여다보며 키득거립니다.
귀여운 그들입니다.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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