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20.흙날. 비

조회 수 1113 추천 수 0 2009.06.24 23:50:00

2009. 6.20.흙날. 비


여기는 포천,
새벽부터 창대비 퍼부었습니다.
대해리도 그러하였다지요.
식구들끼리 있는 주말 아침은
각자가 아침을 제 흐름대로 먹습니다.
비까지 와서 여유로운 한 때였다 합니다.
이른 아침 움직이려는데도 빗줄기는 여전하였지요.
다른 이의 차편에 실려 갔던 형편이라,
그 차는 이미 볼 일을 보러 떠난 뒤라,
택시를 타고 운악산 아래까지 갑니다.
일을 끝내고
잠깐 말을 탔습니다.
비 내려도 실내에서 탈 수 있더라구요.
몇 해 사이에 승마장이 많이 늘었다 합니다.
산골에 스며들어 사는 동안
세상은 끊임없이 뭔가가 달라지고 있는 거지요.
아이도 곧잘 타더군요.

그런데 잠실까지 가는 차편이 있습니다.
“껴서 가면 되지요.”
함께 있었던 이들이 흔쾌하게 동의하여
비집고 들어서 거기까지 가지요,
우리를 다시 실어줄 차도 서울이 더 편타 하여.
덕분에 기락샘한테 들렀네요.
일본의 한 학회에서 돌아온 그는
너무 지쳐 목감기를 앓고 있었습니다.
참, 사느라고 다 고생한다 싶데요.
빈 반찬통들을 챙겨옵니다...

기세는 좀 꺾였으나 여전히 내리는 빗속의 고속도로에서
문득 미당의 시 한 자락이 떠올랐습니다.

내 기다림은 끝났다.
내 기다리던 마지막 사람이
이 대추 굽이를 넘어간 뒤
인젠 내게는 기다릴 사람이 없으니,

지나간 小滿의 때와 맑은 가을날들을
내 이승의 꿈 잎사귀, 보람의 열매였던
이 대추나무를
인제는 저승 쪽으로 들이밀거나.
내 기다림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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