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21.해날. 무더운 하지(夏至)

조회 수 1064 추천 수 0 2009.06.24 23:51:00

2009. 6.21.해날. 무더운 하지(夏至)


식구들끼리만 있는 주말은
아침을 저마다 편한 시간대에 시작합니다.
점심 때까지 얼굴보기 힘든 이도 있지요.
당연히 아침 해건지기 시간에 하는 수행 역시 쉽니다.
그렇지만 흙날의 아침은 백배 절명상을 하는 이들도 있지요.

먼 길을 다녀와 하루를 비웠다고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며 학교 구석구석을 살핍니다.
지나가면 꼭 눈에 걸리는 곳이 있지요.
운동장의 평상들이 그랬고,
나무들 쌓아두었던 곳의 훌쩍 자란 풀들이 그러했습니다.
오전 내내 아이랑 다섯 개의 평상을 박박 밀고
풀을 맸더랍니다.
오후에는 식구들이 들깨모종을 옮겼지요.
곶감집 뒤란에 촬촬 뿌려두었던 것들이
어찌나 잘도 자랐던지요.
곳곳으로 나누어 심었습니다.

하지(夏至)입니다.
“하지제 지내야지!”
겨울이 긴 북유럽에서 해가 가장 긴 날은 특별할 밖에요.
스웨덴과 핀란드에선 하지제로 사흘 밤낮 축제가 벌어진답니다.
아이 생일에 먹기로 한
핏자와 스파게티를 이제야 내고
거기다 밥과 국과 생선,
그리고 야채샐러드며를 내니 잔치가 따로 없었지요.
아, 스웨덴의 전통음악이라도 틀어놓고 춤도 췄어야 하는데,
저녁을 먹고 대해리 영화관 문을 여느라 바빴네요.
고래방에서 스크린 내려놓고 영화 한 편 봅니다.
(2007).
워낙에 유명한 음악영화이지요.
귀로 보는 영화!
보았다는 식구들도 다시 봐도 좋겠다 정한 영화입니다.
주인공 손을 대역하는 Kaki King의 프렛 태핑 주법,
처음 거리무대에서 들려주던 기타연주 Ritual Dance,
가만히 눈을 감고 듣습니다.
존레전드의 Some Day,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This Time,...
뉴욕 필하모니와 함께 하는 첼로 협연도
어찌 표현할 길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조연이 아주 인상 깊었는데,
사회복지사가 그러했습니다.
그런 사람들로 세상의 선함이 이어지는 듯하여
마음 아주 좋았더랬지요.

이 영화의 놀라운 전언(傳言)은
세상을 통합하는 근본적인 질서이자 통일체로 음악을 꼽는 거라던가요.
소년은 음악을 따라 뉴욕을 왔다 했습니다.
음악이 그에게 말을 걸지요.
그에게는 소음조차 소리이고 그것은 음악입니다.
주변과 타자와 세상의 소리를 배척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그것은 분명 이질적이지만 결코 낯설지 않으며
심지어 공감까지 불러냅니다.
그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최고의 매력 아닐는지요.
헌데 아무래도 영화 Once에 마음이 더 갑디다.
물론 서로 다른 맛이긴 하지요.
누구 말마따나 원스는 컨츄리 음악을 좋아하는 남성적 경향이라면
어거스트는 세련된 가족적(?) 영화이니...
그렇더래도 원스에 곱절의 점수 준답니다.

어느새 영화관에는
식구 말고 객석에 사람 하나 들어와 있었지요.
어제 이곳까지 실어준 선배가 다시 왔습니다.
우리 가방 하나 그 차에 남겨져 있었는데,
짐을 선배가 부렸으니 암소리 못 허고
꼼짝없이 다시 내려주러 온 게지요, 하하.
물꼬의 후원회원인 논두렁이기도 한 그는
들릴 때마다 산골 부엌이 비었기라도 할까
예서 얻기 힘든 먹을거리들을 실어 나르고는 합니다.
오늘도 잔뜩 내려놓고 갔네요.
늘 고맙습니다.

한 대학의 작은 동아리 친구들이
창고동에서 내일 밤을 묵을 계획입니다.
하여 준비하는 이들이 오늘 다니러들 왔네요.
들어올 때야 우리가 청소를 해줄 수 있으나
나갈 때 정리만큼은 확실하게 하겠다는 약조를 받아냅니다.
서서히 다른 단체의 작은 모임들에 창고동을 내놓으려지요.

늦은 밤의 식구한데모임.
낼부터 짧은 단식을 하기로 했지요.
감식을 며칠째 해오고 있었습니다.
다음 달에도 정기 단식일정이 있어
이번에는 가볍게 하려합니다.
처음 해보는 이가 셋이나 있어
단식 가운데 몇 가지 지켜야할 것들을 안내하는 시간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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