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23.불날. 맑음

조회 수 919 추천 수 0 2009.07.03 00:26:00

2009. 6.23.불날. 맑음


식구들의 단식이 이틀째입니다.
단식은 성찰입니다.
정치적 이유 때문에 한 적도 있지만
대개는 반성을 위해서이지요.
그간 무엇을 입고 살았나, 무엇을 먹고 살았나,
자신이 어떻게 살았나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몸을 둘러싼 좋지 않은 환경들, 적절하지 못했던 지나친 영양,
질병을 일으켜왔던 몸 안에 축적된 여러 가지 음식물의 독소, ...
지나치게 먹어 탈이 나는 동물은 사람 밖에 없다지요.
짐승은 아프면 며칠 아무 것도 입에 대지 않는다 합니다.
사람도 왜 자연스레 그리 되지 않던가요.
말하자면 단식은 그간의 독기를 다 끌어내고
몸 시스템을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전적으로야 되겠습니까만.

처음 한다는 이들이 다행히도 보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안내자의 긴장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하는 단식이
물과 소금으로만 하는 워낙 원칙적인 단식법이라
처음 해보는 이에게 쉽잖고
그런 만큼 몸의 반응도 클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아주 평이한 반응이라 수월하답니다.

단식 중에 아주 절대적으로 피하라는 일이 운전입니다.
아마도 모든 감각을 다 써야 하고
그런 만큼 무엇보다 갑자기 닥치는 위험 앞에서
그 감각들이 치명적인 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일 테지요.
불가피하게 운전할 일이 있습니다.
수년 또한 여러 차례의 단식을 해오면서
운전은 또 처음이네요.
게다 점검을 위해 차를 맡겨도 놔야 해서
낯선 차를 끌고 일을 좀 보러 다닙니다.
조심 조심 다니지요.
평소에 거칠게 하던 운전습관을 고치는 계기가 되겠습디다.

단식 중에도 밥을 먹는 식구들이 또 있습니다.
가마솥방에서 음식은 음식대로 하지요.
단식도 자주 하면 요리를 하면서 단식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다른 식구들은 물을 가지러 올 때를 빼고는
가까이 오지 말라 합니다.
아무렴 보고 그리고 맡으면 식욕이 동할 테지요.

오전에는 옷방과 수련방 청소를 하고
감잎차를 찌려고 감잎을 따고,
오후에는 곶감집 마당의 옥수수밭 풀을 뽑고
간장집 마당 오이, 작두 곁의 풀들을 뽑았지요.
표고장에 가서 표고를 따서
이웃집에 상품으로 좀 내놓기도 했습니다.
아주 싸다고 좋아라시며
벌써 몇 차례 들어왔던 주문이라지요.
유기농이지만 관행농보다 싸게 내놓게 됩니다.
어차피 우리가 못다 먹기도 하고
어이되었든 우린 돈 사는 일이 되는 지라...

동아리 학생들이 창고동에서 묵고 갔습니다.
정리를 좀 해야지, 저들이 알아서 다 치우고 간다 했지만,
그렇게 달골 올랐는데,
깜짝 놀랐지요.
쓰레기통까지 다 비워 챙겨들 갔데요.
그리만 하면 열두 번도 더 빌려주겄습디다.
게다 학교후원금까지 보태주고 갔답니다.
고마울 일들이지요.
요새 애들, 요새 학생들, 이라며 뭐라 뭐라 하지만
이런 젊은이들도 있습니다.
아니다, 물꼬에는 그런 젊은이들이 모인다,
라고 해얄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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