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빈들 여는 날, 2009. 6.26.쇠날. 맑음 / 저항

조회 수 1029 추천 수 0 2009.07.06 18:08:00

6월 빈들 여는 날, 2009. 6.26.쇠날. 맑음 / 저항


오전에는 마늘을 찧었습니다.
포도에 약으로 주려지요.
오후에는 퇴비 스물세 포대를 논둑으로 옮겨두었습니다.
내일 이른 아침 뿌리려지요.

마침 다니러온 종대샘이 운전을 맡아주어
대전에 나갔다 옵니다.
화방에도 들리고
아이 치과 정기검진도 받고 왔지요.
아직도 상복을 입고 다니고 있습니다.
고 노무현대통령의 49재가 끝나는 7월 10일까지
아마도 벗지 않을 듯합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저항도 아니고
그런 이들이 연대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시민불복종 같은 거지요.
저항의 방식을 바꾸었다고나 할까요.
“나는 누군가에게 강요받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 쉴 것이다.
누가 강한지는 두고 보도록 하자.”(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시민 불복종>에서)
억압이 강하면 대규모 집회·시위 대신 ‘불복종’이 시작된다데요,
개인의 작고 사소한 행동이 불씨가 되고 퍼지고 번진다데요.
굳이 에이프릴 카터의 <직접행동>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자유가 허용되는 나라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작은/개인의)행동이
억압적인 국가에서는 엄청난 저항 행위로 간주되어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던가요.
지금 곳곳의 작은 행동이 사소한 계기를 통해
광범위한 사회운동으로 얼마큼 뻗어나갈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지금 ‘나는 저항’ 하는 중이랍니다.

버스로 기락샘과 희중샘 들어오고,
빈들모임마다 빠지지 않는 용찬샘이 슬아 보슬 다슬이와,
오랜 품앗이 은주샘이 조카 주현이랑 들어왔습니다.
품앗이들이 조카를 데리고
혹은 짝을 짓고 아이를 낳고 자란 그 아이를 보내옵니다.
‘역사’이지요.
밤늦게 온다던 두 가정은
내일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들어오라 하였습니다.

빈들모임은 저녁을 기다리며 가벼이 마당을 거닐며 시작하지요.
밥상을 물리고 달골에 오릅니다.
일상과 명상이 어떻게 만나는가를 체험하는 장이 먼저 있지요.
엊그제 대학생들이 잘 정리하고 다녀간 덕에
오늘 청소는 가볍습니다.

지난주가 하지였지요.
우리의 올해 춤명상도 거기 이르렀습니다.
현대음악에 맞춰 ‘하지춤’ 발동작을 익히고
동서양 음악을 놓고 몸을 실어봅니다.
그 색다른 느낌이 좋았다고들 했지요.
잡생각이 들지 않아 좋았다고도 하고
발동작이 쉬워서 금새 익혀서도 좋았다나요.
다른 손동작 없이도 좋은 춤이 됩디다.
소품으로는 이즈음 밭에서 가장 빛나는
쑥갓꽃을 한아름 꺾어왔더랍니다.

수박이며 밤참을 놓고 이야기나눔이 이어집니다.
처음처럼 소개를 하고
누구든 하고픈 얘기를 꺼냅니다.
그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고
위로와 위안의 시간이 되며
문제해결의 시간이 되기도 하지요.

단식 닷새째입니다.
사흘로 또 닷새로 끝내는 식구가 있기도 하고
아무래도 비움의 느낌이 충분치 않다고
하는 김에 이틀을 더 하겠다는 이도 있습니다.
비어지면서 명징해지는 의식이 좋습니다.
그래서 단식을 하고 또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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