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6.달날. 후덥지근한 속에 마른천둥, 그리고 밤비


후덥지근합니다.
마른천둥소리만 내고 올 듯 올 듯 오지 않던 비가
한 밤 그예 내렸습니다.

아침을 먹고 유설샘이랑 미루샘이
물한에서 내려오는 차를 타고 돌아갔습니다.
남은 소정샘 호성샘이 아이랑도 놀고 본관 청소도 하고
마늘밭에 가서 남아있던 밭뙈기의 마늘도 뽑았지요.
“이렇게 보면 풀에 가려 몇 포기 없는 것 같은데
파보면... 파보면 정말 많아요.”
구근들이 그렇더라구요.
먼저 캤던 것들은 엮어 처마 밑 벽에 걸고
오늘 것은 간장장아찌를 담으려지요.
장도 그렇지만 장아찌도 맑은 날 담아야 하던데...
이네들이 와 있으면 손님이 아니어 좋습니다.
마음을 부러 쓰지 않아도 되지요.
어디 몸이 힘든 게 일입디까,
신경 쓰이게 하는 사람들이 힘이 듭디다.
밥바라지를 하는 거며 두루 살펴 일에 손을 보태는 거며,
밥 먹고 날라치면 으레 개수대에 먼저 가 있지요.
이런 이들이면 어느 때 오더라도 반갑지 않을 까닭이 없다마다요.

안에 식구들은 연구실 일들을 모여서도 합니다.
논두렁들 이름자도 정리하고
계자 앞두고 계자 안내 보도의뢰도 보내고...
정말 한여름 속으로 걸어 들어가네요.
계자입니다.
아이들이 올 테고,
우리는 그들이 만든 정토 혹은 천국에서
살아갈 날의 힘을 비축할 테지요.
물꼬를 밀고 가는 제일 큰 힘입니다.

나와 남을 가르는 분별의 선을 어떻게 긋는가에 따라
세상에 대한 가치관이 드러난다던가요.
오늘은 벗이 보낸 메일 하나가 마음 붙잡습니다.
'남' 이란 글자는 나를 'ㅁ'으로 닫아 '남'이라나요.
나를 닫아 놓는 사람한테는 모두가 다 남이랍니다.
“나를 닫은 사람, 나를 가둔 사람은
모두가 남이기에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프고,
나를 그대로 열어놓은 사람은 모두가 나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잘되면 기뻐할 수밖에 없다.”
그런가요...

꿈자리가 아주 사나워서 뒤척였던 간밤입니다.
하지만 그런 꿈자리가 액을 막지는 못하데요.
꼭 일이 벌어지고서야 아이구야, 하게 되지요.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게 뭐 있나요.
그래서 나쁜 일이 비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요.
노인네의 꿈자리로 서로 조신하게 보낸 하루였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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