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7.불날. 비

조회 수 1041 추천 수 0 2009.07.16 15:18:00

2009. 7. 7.불날. 비


소서(小暑)입니다, 작은 더위.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더니,
이른 아침부터 비 굵고 길게 내립니다.
농사짓는 이들에게야 한 번 쉬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한데,
그게 말입니다, 좀 적당히 내려주면 좋으련...

문화원의 사무국장님과 자리합니다.
몇 해 전 그곳의 간사 일을 하던 친구가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몇 가지 프로그램을 부탁해온 적이 있습니다.
짬을 내자면 못할 것도 아니었는데,
맡은 이가 바뀌면서 흐지부지 되었지요.
물꼬도 영동에서 산 시간이 제법 됩니다.
판소리, 구연동화, 연극, 춤, 책읽기, 글쓰기, ...
아이들하고든 어른들하고든 나눌만한 것을 들고
영동 속으로 들어가도 좋겠지요.
오래전 서울 살 적에도 영동까지
주말에 농민여성단체가 마련한 어린이집에
연극수업을 하러 온 적도 있었더랬는데,
이제 삶터가 영동인 걸요...

충북도립예술단 공연이 국악당에서 있었습니다.
마침 지역의 여러 얼굴들과 의논할 일도 있던 참이라
시간을 좀 늘여 관람도 하였지요.
오페라 칼멘 가운데서 전주곡으로 시작했는데
아쉽데요.
아무리 지역 무대라지만 막 귀가 열리는데 그만 음악이 끝난,
너무 짧은 곡이었던 겁니다.
오페라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와
첼로 리베르 탱고를 들었고,
오페라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과
‘축배의 노래’(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도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은 Hooled on Classic.
때론 클래식이 주는 약간의 무게도 좋은데
닫는 곡으로 너무 대중적이고 가볍게 접근하진 않았나 싶습니다.
뭐 클래식의 대중화에 기여한 바는 크겠지만
클래식이 가진 깊이를 엿보기는 역시 모자랐던 곡.

그런데 바람이 거치네요...
그 바람 속에 George Gordon Lord Byron의
‘길 없는 숲에 기쁨이 있다(There is a Pleasure in the Pathless Woods)’를
천천히 음미합니다.

There is a pleasure in the pathless woods,
There is a rapture on the lonely shore,
There is society, where none intrudes,
By the deep sea, and music in its roar:
I love not man the less, but Nature more,
From these our interviews, in which I steal
From all I may be, or have been before,
To mingle with the Universe, and feel
What I can ne'er express, yet cannot all conceal.
길 없는 숲에는 기쁨이 있다,
외로운 바닷가에는 황홀함이 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곳,
깊은 바다 곁, 그 함성의 음악에 사귐이 있다:
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자연을 더 사랑한다,
이러한 우리의 만남을 통해
현재나 과거이 나로부터 물러나,
우주와 뒤섞이며, 표현할 수는 없으나
온전히 숨길 수 없는 바를 느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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