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8.물날. 밤 억수비

조회 수 1091 추천 수 0 2009.07.16 15:18:00

2009. 7. 8.물날. 밤 억수비


바람 기운이 심상찮습니다,
마른 비가 좀 내리다가
참는 울음처럼 삐질삐질 잠깐씩 비 다녀가더니만
밤 억수비로 내립니다.

아침, 포도는 얼만큼 자랐나,
복숭아는 따 먹을 때가 됐는데,
그렇게 달골을 둘러보았습니다.
가지 하나는 복숭무게에 아주 바닥에 늘어져 있었지요.
몇 녀석을 만져봅니다.
말랑한 것이 잡혔지요.
고맙습니다, 잘 자라주었습니다.
계자 때까지 좀 남아야 할 텐데...
어느 하루 이른 아침 해건지기 셋째마당에
아이들은 달골 열심히 올라
복숭을 따서 곁에 흐르는 도랑물에 휘휘 저었다가
한 입 베물고는 함박웃음 흘리고 하였더랬지요.
두 개를 따서 아들이랑 그렇게 베먹었답니다.

아랫마을 내려가다 동네 할머니 한 분 태웁니다.
황간에 맞벌이하는 아들네에 주로 나가 계시며
버스로 오가며 농사짓는 쌍둥이네입니다.
큰 놈도 일곱 살이 된 작은 손주도 그 손에 키우셨습니다.
“그리 사랑스러울 수가 없어.”
지 엄마는 낮에 직장 나가니
밤에 애가 아랫목에서 윗목까지 울며 기어가도 모르고
내가 밤이며 데려다 키웠다,
그러셨지요.
아이의 성장사에 함께 한 두터운 시간이
어찌 그 아이를 사랑스럽게 보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머잖은 다른 마을 소식도 듣습니다.
흘목 누구네 아들 부부는
아이도 있는데, 아내가 그만 암으로 서울병원에 가 있답니다.
사람 사는 일이 어디고 그러합니다요.
산 사람들은 어째도 산다,
무식한 울어머니 늘 그러셨지요.
그래요, 산 사람들은 어찌 어찌 다 살아가질 테지요.

통마늘장아찌를 담았습니다.
볕이 좋으면 좋았을 걸
기다리다 과일파리 생기기 쉬워 더는 두지 못하고 담습니다.
통째로 담글 땐
수확하기 열흘 정도 전의 연한 걸로 따로 준비하는 게 좋다 했는데,
그 시기 지나면 껍질이 좀 뻣뻣해져 차라리 까서 담는 게 좋으니까,
밭에서 뽑자마자 씻어 말리니
따로 준비하는 연한 것 못잖았지요.

아이는 오후의 빗속에서 신이 났습니다.
비가 많기라도 하면
산골살이를 걱정하는 서울의 어르신 한 분 꼭 전화 주시는데,
요새도 비 오면 파드닥거리냐 물으십니다.
언젠가 소나기 내리는 마당을 그리 달리는 걸 보신 게지요.
네, 여기는 여전히 그러합니다.
아이는 아주 갈아입을 옷을 챙겨다놓고
논두렁을 돌고 마을길을 훑고
학교 큰 마당으로 들어와 온 데를 밟더니,
모래밭에서 젖은 모래로 아주 커다란 성을 올렸습니다.
비 멎었을 땐 젖은 대기에 바람 기세 심상찮더니
기어이 백합나무 큰 가지 하나 분질러놓고 갔네요.

여름이 다가오고 계자 관련으로도 통화 잦은데,
일제고사에 내몰린 제도학교가
더욱 대안학교에 대한 문의를 늘려놓은 듯합니다.
전화 많고 불쑥 찾아오는 방문객도 늘었지요.모든 교육을 허(許)하라,
진리에 이르는 길이 어찌 하나이겠는가,
사람 노릇할 수 있는 방법이 꼭 학교교육이기만 하겠는가,
이곳의 오랜 주장은 아주 오래일 듯합니다.

농민신문사에서 나오는 아이들잡지 ‘어린이동산’은
보급용이기도 하여
발 빠른 곳에서는 신청해서 받아보고들 있지요.
물꼬 책방에서도 받으면 어떨까 하여 연락하니
문을 닫는 곳들이 있어 자리가 종종 빈다며
그때 그 단체대신 물꼬로 돌려주겠다는 전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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