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10.쇠날. 장마에 숨통 트게 하는 하늘

조회 수 1066 추천 수 0 2009.07.24 11:47:00

2009. 7.10.쇠날. 장마에 숨통 트게 하는 하늘


오전에 그림(유화)을 그리고
오후에 풍물이며를 하는 쇠날입니다.

다 살 길이 있다셨습니다.
뭐 들으나마나 늘처럼 ‘무식한 울어머니’ 말씀이시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어찌 어찌 다 살아진다고,
그리 걱정 말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장마가 그렇더라구요.
그게 내내 비가 있는 게 아닙니다.
해 반짝 할 때가 있고,
그때 숨 한 번 트고 나면 또 살아가지는 게지요.
잠시 문도 좀 열어 곰팡내도 빼고
빨래도 잠시 말리고
집 안도 바람 쐬어주고
한동안 비 많더니
오늘 개주어 숨통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맑으니 또 후덥지근합니다요.
하기야 다 마음에 드는 상황이 어딨겠는지요.

멀리 울산서 전화입니다.
이태 전 수행모임에서 인연을 맺은 젊은 친구이지요.
단식을 안내하게 되었네요.
물만으로 하는 물꼬식의 엄격한 단식,
그리고 다른 효소 단식에 대해서
지켜야할 것, 챙길 것들, 하지 말아야할 것들을 들려줍니다.
백이면 백, 천이면 천의 의견이 있는 게 또 단식이지요.
뭐 어차피 제 경험 안에서 들려주게 되는 거지요.
물꼬표 효소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굳이 이곳에 오지 않아도 물꼬를 나눌 일들이 많아집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낯선 이들 셋 불쑥 들어섰습니다.
자주 있는 일이지요.
지역신문사 일을 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골짝에만 들어있지 말고 가끔 읍내를 나와서
두루 사람들을 만나라십니다,
이 지역에서 계속 살아나갈 거라면.
차츰 영동사람이 되어가는 게지요.

저녁, 한 노시인의 출판기념회가 있었습니다.
와인코리아 런치벨레스토랑에서였지요.
상촌에는 시인이 많다 합니다.
오랜 군인생활을 끝으로 고향에 찾아 들어
고희에 첫 시집을 엮다, 참 멋진 일입니다.
그래요, 생은 정말 생각보다 길기도 하지요.
잊지 않고 있으면 그걸 할 날이 오지 않겠는지요.
서두를 것 없는 우리네 삶이겠습니다.


한 사람을 보내고, 49일을 보냈습니다.
밤, 실내복을 입기 전 상복을 벗었지요.
탈상(脫喪)입니다.
49재(四十九齋), 사람이 죽은 다음 7일마다 불경을 외면서 재(齋)를 올려
죽은 이가 그 동안에 불법을 깨닫고
다음 세상에서 좋은 곳에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비는 의식이지요.
죽은 이가 삼악도에 들어가지 않고
보다 나은 세상에서 태어나기를 비는 겝니다.

그간 참 할 말이 없습디다.
할 수가 없습디다.
슬프고 격노했지만 어째야 할지를 모르겠습디다.
‘노무현 아이콘은 가치의 집약’이라던가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리 물으며 산 지 우린 어쩜 너무 오래 되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돈이 돼야 일이 되는 지금 지구 위의 삶은
가치에 대한 고민을 무섭도록 금새 팽개치게 했지요.
‘노정권의 진보의 실패가 정책이나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
우리의 삶이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는
전체 그림을 등한시한데서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어느 논객은 그리 표현했습니다.
가치의 무력은 진실과 진리를 구별하는 능력을 잃게 하고
‘선동과 통제에 길들여지게 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됩니다.
아서 브라운(전 미국 CIA 한국지부장)의 말 또한 같은 맥락이겠습니다.
"그의 죽음으로 '좁디좁은 성공의 길을 가려던' 사람들에게 경종이 울려졌고,
그래서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된 것이
한국국민에게 필요하고 다행한 일이라고 본다."
논객의 글은 이렇게 끝나고 있었지요.
“우리가 어떻게 살며,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것은 삶의 가치에 대한 고민이다.
생명과 사람과 참 행복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개인적 영역을 넘어 사회라는 공동체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상복을 벗었고,
우리에게 살 날이 남아 있지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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