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11.흙날. 흐리다 늦은 밤 다시 창대비 /


특별히 행사가 없는 주말은
식구들이 아침을 자기 흐름대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구들은 새벽같이 아침을 열지요,
아침이 길고 이른 여름 산골이니까요.
춤명상이 있는 날이기도 하여
밑반찬들을 해서 냉장고를 채워놓기도 합니다.
바깥 손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움직이지요.
본관 옥상에 올라 낙엽도 거머내고
화장실 뒤 종이상자들도 정리하고...

행주를 삶아 마당을 향해 있는 창 앞에 걸린 빨랫줄에 넙니다.
너머로 보이는 학교 마당은 푸릅니다.
번져가는 잔디와 마구 자라나는 풀이 뒤섞여
힘차게 초록을 그리고 있지요.
뽑고 매고 못 봐서 안달하기보다
한 걸 더 많이 보고
있어서 좋은 걸 더 많이 봐야지 하며
눈을 견뎌내지요.
향유할 대상으로 보지 못할 것도 아니겠습니다.

계자 앞두고 전화 잦습니다.
사실 안내야 홈피에도 있습니다.
정리가 좀 안 돼 있거나 친절하진 않지만
아주 자료가 없는 건 또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전화를 통해 하는 안내라는 게
그 이상일 것도 없는데,
그게 참 신기합니다.
“목소리 들으니 안심이 되네요.”
사람의 목소리, 숨결,
그래요, 특히 아이들을 맡기는 일이어
더욱 그러하겠습니다.

아끼는 제자 하나가 영화를 보내왔습니다.
.
말을 삼킨 대신 음악과 야생으로 채우고 있는 영화였지요.
야생에 묻혀 태어난 모습 그대로 숨 쉬는 삶을 꿈꾸며
아무 지표도 없는 길을 무작정 걷고 헤쳐 나가는
청년의 여정을 담았습니다.
자막이 오르고도 오랫동안 꼼짝을 않고 앉아있었네요.
존 크라카우어 쓴 를 읽어야겠다싶데요.
“난 내 인생을 앞으로 올 시간을 위해 살기로 했다.”
물질문명이 선사한 모든 것은 허상이라 여긴 청년
1968년생의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는
풍족한 중산층의 삶을 누리면서도
‘사랑보다 돈보다 신념보다 명성, 공평함보다는 진실이 필요하다.’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와 잭 런던을 좇아
대학을 졸업하자마다 배낭을 메고 떠납니다.
자신의 통장에 있던 2만4천달러를 자선단체에 모두 기부하고.
“나는 바다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존재하는 방식이란 건 안다.
인생에 있어서 강해지는 것보다
강함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안다.”
인간 정신의 근본은 새로운 경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 그였지요.
그 위로 무모한 삶의 방식에 도전했던
한 젊은이의 순수한 정신과 생명력이 음악을 탑니다.
‘바람 속에 희미한 목소리들
그들이 말하는 진실을 들어보게
세상은 길이 끝나는 데서 시작되지
그 세상을 두고 떠나는 나를 지켜보게’
그런데 그는 1992년 4월 알래스카를 관통하는 네바다 강의 지류에서
아사한 채 발견됐습니다.
“용서해라, 그리고 사랑해라.
행복은 나눌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그의 마지막 기록이었지요.

영화의 메시지를 더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펄잼의 에디 베더의 음악들입니다.
비장하고 아름답지요.
기타 리프는 가슴 뛰고
멜로디는 힘차며
목소리는 질기고 질깁니다.
늦은 밤 음반 를 주문했더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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