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14.불날. 밤, 억수비 다녀가기 이틀

조회 수 1020 추천 수 0 2009.07.30 06:43:00

2009. 7.14.불날. 밤, 억수비 다녀가기 이틀


큰씻는 곳 앞에 서 있으면
동쪽 뒤란 너머로 바람소리 짙습니다.
그런데 목을 주욱 뽑았을 때야
그것이 물소리인 줄 알아차리지요.
늘 그리 착각하고 늘 그리 깨닫는 풍경이랍니다.
비가 많아 그 소리 더욱 컸댔습니다.

아이 셋이 만드는 장면이 재미난 아침이었습니다.
젤 큰 아이는
고무장화를 신고 자전거 타고 벼들을 살펴보러 논둑으로 가고
동생 둘은 가방 메고 학교버스를 타러갔지요
(류옥하다는 가정학교 학생이고,
예원이와 진우는 교류학생으로 면소재지 학교를 가는 길).
가난한 산골살이 동생들 학교 보내던
70년대의 장남들의 삶이 그러했던가요.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학교를 파해야 했던
그 시절의 장남이 생각났더랍니다.
여전히 산골인 이곳,
마치 그때 그 모습으로 보여서 잠시 웃었댔지요.

희순샘은 여기저기 흩어진 장갑들의 흙을 털고
손빨래 하고 있습니다.
여간해서 머물며 그런 일을 하는 이 쉽게 볼 수 없지요.
친구의 잘 몰랐던 부분과 품성들을 보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손 하나 더 있음 좋겠다,
그리 아쉬운 자리를 한동안 잘 채워주게 되었답니다.

고래방 마루가 내려앉아 걱정이 많았습니다.
견적을 받아보긴 하였는데,
엄두를 내기 어려운 금액이었지요
다른 분들을 찾아야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여기 아이랑 같이 서예모임에서 동문수학하는 목수님 계셔
공사는 못해도 조언을 해주실 수 있다 와주셨지요.
물꼬에 관심 있는 세 사람과 동행했더이다.
바닥을 절반이나 덜어내서 하는 방식이 아닌
부분공사로도 가능하겠다는 말씀이셨고,
사람을 찾아보자셨지요.

오후에 본관 들머리의 둘레 풀을 뽑았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있을 땐
정작 이런 일들을 잘 나누지 못했습니다.
주로 교실에서 하는 수업과
교사로서, 그리고 교장으로서의 역할들이 많았지요.
규모가 커지면서 분업이나 효율을 생각게 되고
그것이 일의 분리를 가져왔으며
그것은 더러 자신이 하는 일의 힘겨움만 보여 갈등의 고리가 되고...
전인이 되고팠던 꿈은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행복하지 않고, ....
어느 날 그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계기가 왔습니다,
자의가 아니긴 했으나.
당시엔 그 과정이 그럴 수 없는 고통과 수치였으나,
결과적으로 지금의 생활은 손발의 부족으로 어려움 있는 대신
전인에는 가까운 날들입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장애인교육에 관심 많은 줄 아는 친구가
공부를 하다가 자료를 보내왔습니다,
물꼬가 하면 좋겠는 일이 있다고.
장애인평생교육시설설치였지요.
여러 가지로 정말 물꼬가 뭘 잘할 수 있고, 뭘 해야 하는지
고민에 고민을 더해가겠습니다.

밤, 비 또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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