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15.물날. 비

조회 수 935 추천 수 0 2009.07.30 06:43:00

2009. 7.15.물날. 비


간밤 식구 두엇 꼴딱 밤을 샜습니다.
엊저녁 잠자리들기 전 억수비 내렸지요.
달골에서 자고 있었는데 혹시나 하며 창고동 건너갔네요.
한강수가 따로 없었습니다, 벽을 타고 내리는 빗물.
이래서 집은 사람이 살면서 살펴주어야 합니다.
달골이 거의 생활터가 된 요즘이라지요.
다행입니다.
혼자 대책이 없어 사람을 불러올리고
밤새 물을 퍼내고...

비가 멎고 날이 뿌옇게 밝아오는 이른 새벽
그래도 몸이 좀 가벼운 제가 창고동 지붕에 올랐지요.
무서웠습니다.
넘어들다 철퍼덕 난간에 몸을 걸쳤는데,
그 순간 건너편 허리띠 같이 펼쳐진 산이
눈높이에 있었지요.
그래, 어차피 일어난 일들인 걸,
어쩌겠는가, 수습하며 가는 거지.
사는 일이 참 멀다 싶다가
우울이 그만 걷쳤지요.
별일 아닙니다.
해결할 일이라면 걱정할 게 없고,
해결 못할 일이라면 걱정이 없는 게지요,
어차피 해결 못할 것이니.
홈통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보다
위에서 쏟아 내리는 물이 더 많으니
역류하여 일어난 현상이었던 듯합니다.
이번 해에 제대로 낙엽들을 긁어내지 못하고 있었지요.
챙기지 못한 일은 꼭 이렇게 문제를 달고 옵니다.
제 때 할 일들을 잘 챙기라 비가 준 잔소리를 들은 게지요.
둘러보니 흙 축대가 무너져 1층 베란다를 쳤고,
저 아래 논엔 논두렁이 터져내려 있었습니다.

큰비 다녀간 소식에 몇 분의 안부 전화가 있어
일일이 인사드리지 못하고
걱정 깊을까 하여 홈피에 가벼이 글 올렸는데,
한밤에 오랜 세월의 품앗이일꾼 하나의 연락이 있었습니다.
수험생인 자신의 처지가 코가 석자일 터인데,
필요하다면 며칠 내려가겠노라 하더이다.
고맙습니다.
또 다른 연락도 있었지요.
품앗이일꾼 하나 독일로 공부를 떠나게 되고
그래서 물꼬의 오랜 인연(계자 아이-새끼일꾼-품앗이일꾼)들이 모여
(남자들은 군대가고 여자들만 모여)
송별모임을 하는 소식이었지요.
인연들이 고맙습니다.

고래방 공사가 얼떨결에 시작되었습니다.
이곳 아이 류옥하다랑 붓글을 같이 쓰는 동문수학생이란 까닭으로
외면 못하고 일을 하시게 되었지요,
오겠다는 목수가 없어.
일은 많고 표 안 나고 돈은 안 된다던가요.
오래전 학교 골마루를 뜯고 고치던 경험들이 있어
일을 수이하시데요.
한 이틀이면 되겠다셨습니다.
걱정 크더니 이렇게 또 한 시름을 놓고 갑니다.

희순샘은 사흘째 구석구석을 살피고 윤을 내고 있습니다.
“시간의 절대적 부족을 겪고 있다.
몸은 녹초,
좀 쉬었다 갈 수 있으면 좋으련,
이곳 사정이 참 여의치 않다.”
그걸 보고 누릴 성품도 아닌 그이지요.
흙집 해우소를 구석구석 윤기내며 익하고 있데요,
공간이 익어야 지내는 일도 수월하다고.

아이들이 마늘을 깠습니다.
형아가 동생들을 데리고 저녁 먹은 뒤 일을 맡아 했지요.
장아찌용 마늘은
꼭지도 칼자국을 내지 않고 다른 곳에 상처가 없는 것을 고릅니다.
상처난 곳에 간장물이 짙게 배어 지저분하면
식감이 떨어진다고 그러지요.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요.
마침 묵은 마늘이 좀 들어온 게 있어
햇마늘도 나올 때라고 해치우자며 부지런히 벗겨
장아찌를 담아내자고 시작한 일이었답니다.
허허, 그놈들 제법들 일을 하데요.

오늘 류옥하다 선수는 관내 초등학교에 하루체험을 갔습니다.
물론 5학년 교실이었지요.
첫 시간이 국어였다는데,
누군가를 추천하는 글들을 쓰고 발표를 했다 합니다.
엄마나 친구, 선생님 들을 더러 썼더라지요.
그는 누구를 추천하였을까요?

진보정치

저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천합니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계에서 ‘부정부패’를 줄이려고 노력했으며, 검사, 조․중․동 등의 보수세력에 맞서 진보를 지켜냈습니다.
그리고 그는 1%의 귀족층이 아닌 순수 서민으로 대통령직에 올랐으며, 서민도 국가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걸 가슴깊이 새겨줬습니다.
전 그래서 진정한 민주국가의 기틀을 쌓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천합니다.

(2009. 7.15.수 /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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