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 타종식

조회 수 1742 추천 수 0 2004.01.01 02:43:00

< 해맞이 타종식과 소원문 태우기 >

지금은 해가 막 바뀐, 2004년 정월 초하루.
산골에 살자니 날이 어이 되는지 달이 어이 가는지
별 대수로울 것도 없이 시간에 담겼다가
우수 경칩 지나며 봄이 되어야
비로소 한 해가 시작하려나 부다 하지요.
그렇더라도,
텔레비전도 없고 하루 세 차례 오가는 버스 아니라도,
바깥세상과 아주 교통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해 가고 해 오는 부산스러운 풍경이 아주 전해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갓 식구가 된 사람이 있기라도 하면
예수님오신 날이다, 새 해다,
도회에서 살던 시간 흐름을 아주 놓기는 어렵지요.
어찌되었든 세상의 부산스러운 해맞이가 아니라
지난 한 해 잘 살펴보는 정갈함으로
해맞이 타종식을 하자고들 하였지요.
보신각종은 멀어도 징으로따나.

주욱 늘어서서 징을 칩니다.
돌탑을 쌓아주겠다 괴산에서 오신 이상국샘을 빼면
공동체 식구들이 죄다 모였습니다.
우리의 어른이신 삼촌(학교아저씨),
시카고에서 공부하고 있으면서 잠시 다니러온 기락샘,
든든한 실무 희정샘과 상범샘,
뉴질랜드의 공동체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무지샘,
오래 머물겠다 왔다가 발이 묶인 열택샘,
신참들 정현샘과 동윤샘,
오늘은 나이트클럽 복장을 한 옥영경,
그만 잠이 들어버린 '하다'를 뺀 아이들 예님과 윤님.
(참, 구영이와 구슬이는 할아버지댁에 다니러갔네요)
대나무를 길게 이은 징채를 같이 잡았다가
도저히 소리통이 맘에 안든다며
다시 채를 짧게 쥐었지요.
지잉-.
징 소리 하나에 설움 하나 보내고
지잉-
징 소리 둘에 상처 하나 보내고
소리 셋에 미움도 보내고
소리 넷에 분노도 보내고...
소리 마다에 탁한 것들 다 떠나보내니
소리 마다의 울림이 다시 마음으로 되돌아와
맑은 모든 것들이 내가 되어갑니다.
어둠 짙은 운동장에 함께 그린 동그라미가
호수물결처럼 따스함으로 번져갑니다.
새해 덕담들을 나누었지요.
우리는 들떴으나 또한 가라앉았습니다.
준비한 소원문을 꺼내어 불을 놓습니다.
한지가 타서 하늘로 오르고
내 바램과 네 바램이 오르는 재를 따라 얽키고 설킵니다.
온 마음으로 온 마음으로 간절함을 딸려 보냅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래 서로를 끌어안았습니다.
애썼다고, 피붙이들처럼 살자고,
그만 눈물들이 글썽해집니다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밤새 놀이판을 벌이고 아침 해 건지기를 함께 하자고
본관으로 같이들 들어서는 걸음,
누구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에게로 전화를 합니다.
누구는 가장 그리운 이에게로 엽서를 씁니다.
이 단순하고 소박함이 주는 즐거움들을
멀리있는 그대들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새해,
정녕 여러분의 삶에도 도타운 햇살 넘치소서.
사랑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56 한 방송국에서 답사 다녀가다, 2월 20일 옥영경 2004-02-23 1588
6555 마지막 합격자 발표 2월 20일 쇠날 옥영경 2004-02-23 1991
6554 닷새 밥끊기를 끝내다 옥영경 2004-02-23 1687
6553 상촌면단위 모임 진출, 2월 21일 옥영경 2004-02-24 1736
6552 일본에서 온 유선샘, 2월 23-28일 옥영경 2004-02-24 1947
6551 영동 봄길 첫 날, 2월 25일 옥영경 2004-02-28 2104
6550 영동 봄길 이틀째, 2월 26일 옥영경 2004-02-28 1728
6549 영동 봄길 사흘째, 2월 27일 옥영경 2004-02-28 1636
6548 영동 봄길 나흘째, 2월 28일 옥영경 2004-02-29 1753
6547 2월 28-9일 : 영화 보다 옥영경 2004-03-04 1776
6546 2월 29일 박문남님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3-04 2059
6545 3월 1일 나들이 옥영경 2004-03-04 2090
6544 3월 2일 예린네 오다 옥영경 2004-03-04 2197
6543 3월 4일 포도농사 시작 옥영경 2004-03-04 2194
6542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188
6541 서울과 대구 출장기(3월 5-8일) 옥영경 2004-03-10 2491
6540 징검다리, 3월 9일 달날 옥영경 2004-03-14 1722
6539 작은누리, 모래실배움터; 3월 10-11일 옥영경 2004-03-14 2029
6538 옥천 이원 묘목축제,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072
6537 장상욱님,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32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