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24.쇠날. 흐리다 잔 비

조회 수 1000 추천 수 0 2009.07.31 09:55:00

2009. 7.24.쇠날. 흐리다 잔 비


131 계자에 오는 아이들 집으로 전화를 합니다.
특히 처음 보내는 댁에선
목소리로나마 서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지요.
그러면 아무래도 불안함이 덜할 겝니다.
또, 일반적으로 일정을 달날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니
계자가 해날에 시작하는 줄 모르고 있는 분이 있기도 해서
글피에 계자를 시작한다는 알림도 전하지요.

평창동 경이네에 전화를 넣었는데,
경이가 이번엔 오랜 친구랑 같이 옵니다,
그런데 마침 오빠 예만이가 중국에서 와 있다 합니다.
그 아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만났습니다.
중국에서 미대를 다니고 있다지요.
이제 그 아이 동생이 이곳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아, 예만아...”
멀리서도 이렇게 뿌듯한데
그리 잘 큰 자식을 보는 부모 마음은 얼마나 든든할지요.
아이들을 오래 만나는 일,
무어라 그 벅참을 말로 다할 수가 없습니다.

늘 부엌일이 걱정입니다.
행사를 해보면 먹는 일이 젤 큰일이다마다요.
이번에는 또 부엌을 어찌 꾸려가나 싶더니
몇 사람의 어른들이 바라지로 붙었습니다.
그것도 어느 계자보다 막강입니다.
한 일정마다 ‘아줌마’가 셋이나 되니까요.
살림경력, 그거 여기서도 큰 유용함이다마다요.

수년 전에 이곳에 살았던 이 하나 우연히 만났습니다.
반가웠지요.
썩 편치 않은 일이 있기도 한 기억이 있는데,
시간은 참 힘이 세지요.
그도 어찌나 반가워하던지요.
그가 그럽디다.
대해리를 나와 밖에서는 이렇게 반가운데,
왜 그 안에서는 힘에 겨웠는지,
안에서는 공격의 대상이었는데
밖에서는 다시 존경스런 대상이 되더랍니다.
그래요, 같이 사는 일, 그거 참 만만찮은 일이지요.
나날의 수행을 동반하지 않으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게
공동체 삶이겠습니다.

여기서 장기 방문자로 있던 친구가
전화를 여러 차례 했습니다.
요새 식당일을 벌여놓고 있다던가요.
김치를 절이며, 양념을 버무리며,
이러저러 음식을 만들며 연락이지요.
밖에 있으면서 여기가 생각나는 공간일 수 있음도
고마운 일이겠습니다.

계자를 위한 장을 봅니다.
김천으로 넘어가면 가격이 더 좋긴 할 것이나
홀로 보게 되어 읍내에서 다 해결키로 했지요.
며칠 아이가 없으니 이럴 때도 아쉬움이네요.
그릇가게, 건어물가게, 철물점, 젓갈시장, 신발가게, 약국, 조명가게...
자잘하게 다녀야할 곳들 많았지요.
엄두가 안 나는 일도
해보면 또 사람이 어찌 어찌 다 하고 살게 됩디다.


오늘 사람 하나 보냈습니다.
눈앞에서 그가 떠났습니다.
갔구나,
그리고는 산 사람은 삶을 이어갑니다.
그런데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빨간 신호등 앞에서 차를 세운 순간
왈칵 하데요.
엉엉 소리를 내었더랍니다.
사람 보내는 일이 누군들 쉽겠는지요,
마주하고 있을 때 애를 다 할 일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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