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득현님

조회 수 1774 추천 수 0 2004.01.06 07:31:00


영동 학산으로 오래 전에 귀농한 박득현님은
두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학교 안내하는 날 부부가 함께 와서
다른 부모님들의 질문에
저희 공동체 식구들보다 더 대답을 잘해주셨지요.
누군가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 농담을 하셨댔는데
저희도 그 날 첨 얼굴을 마주했더랬습니다.
그치만 저희의 움직임을 오래 바라보고 계셨더라네요.
박득현님은 오래 지어온 농사를 익히고 계신 것말고도
아주 훌륭한 기술을 여럿 갖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수도설비(상수도 배관이라 해야 하나...)입니다.
마침 물꼬는 본관 뒤편에 아이들만 쓰는 작은 해우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 기술이 탐이 났지요.
참, 화장실은 말도 많았습지요.
굳이 생태적 관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꼭 그래야 하나,
살면 다 적응되는데 굳이 편의라는 이름으로 가까이에 둘 필요가 있나,
그런 의견이 오래 겨루기를 하다가,
일상적인 일에서 너무 지치면
정작 하고자하는 일들이 잘 다가가지 않을 때가 많더라,
춥기도 추운 이 산골,
(그런데 올해는 왜 이다지도 따스하답니까, 이러다 눈 없는 겨울이 되지나 않을지...)
작은 편함이 아이들에게 더 큰 것을 주는 조건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야 짓게 된 건물이지요.
경복궁대목수와 영양의 해달뫼식구들, 일산 들가사식구들,
그 밖에 오가는 품앗이들이 그러저러 해우소를 세우고
배관일이 남았더랬지요.
우선 멀리 서울의 도움꾼 한대석님이 계시기도 했으나
(더구나 시간 짜서 내려오마고 전화도 주셨더랍니다)
역시 가까이서 오는 게 더 좋은 길이겠다 하고
박득현님께 조심스레 전화드렸는데
하하, 그냥 달려오신 겁니다, 앞뒤 없이.
지난 12월 28일,
밤이 아주 깊어서까지 일을 봐주시고
죙일을 추위랑도 싸우느라 얼어서 돌아가셨지요.
물론 지금, 물 철철 나오고 술술 잘도 흘러갑지요.
하이구, 정말 애쓰셨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54 계자 열 나흘째 1월 18일 해날 눈싸라기 옥영경 2004-01-28 1891
53 계자 열 사흘째 1월 17일 흙날 옥영경 2004-01-28 1769
52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292
51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2120
50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249
49 계자 아홉쨋날 1월 13일 불날 옥영경 2004-01-15 1765
48 계자 여덟쨋날 1월 12일 달날 옥영경 2004-01-13 1815
47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2105
46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514
45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183
44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198
43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137
42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062
41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077
40 계자 둘쨋날 1월 6일 옥영경 2004-01-07 2083
39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38 계자 옥영경 2004-01-06 2458
38 장미상가 정수기 옥영경 2004-01-06 2456
37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189
» 박득현님 옥영경 2004-01-06 1774
35 새해맞이 산행기-정월 초하루, 초이틀 옥영경 2004-01-03 229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