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계자 닫는 날, 2009. 8.14.쇠날. 맑음

조회 수 1141 추천 수 0 2009.08.31 01:55:00

133 계자 닫는 날, 2009. 8.14.쇠날. 맑음


느지막히 아침을 열고,
밤새 놀았더랬지요,
명상처럼 이불을 털고,
느릿느릿 아침을 먹고,
다시 이 공간을 쓸 이들을 위해
마음 모아 여기 저기 쓸고 닦았습니다.
크게 다치지 않아 고마웠지요,
불편한 곳에서 외려 더 풍요롭게 누린 아이들이 기특했지요.
‘완벽한 소풍이란 이런 거다.
조금 길을 잃지만, 대신 호수를 발견하고, 마침내 목적지에 이르는 것.’
루돌프 헤르푸르트너 <노란기사의 비밀>의 한 구절입니다.
그래요, 완벽한 계자였습니다,
더러 원하는 대로 계획한 대로 되지 못하고 조금 돌아가기도 했지만
대신 호수와 너른 들과 그늘 넓은 느티나무를 발견한 것 같은.

아이들을 보내고 샘들은 마지막 갈무리를 하였지요,
영동역 광장에 주저앉아.
더우나 그늘 아래는 바람까지 들어 마음 덩달아 시원하였습니다.
80년대 거리에서 우리는 그렇게 모여 앉고는 하였지요.
시대가 그러했습니다.
뜨거웠던 그 시대를 지금 앉은 이들이(중고생을 포함한) 이어가는 듯하여
가슴 느꺼웠더이다.
역 건너편 농협에서 먹을거리를 좀 챙겨와 판을 벌였지요.
새끼일꾼 아람의 울렁증이 다시 도졌답니다.
아이들을 보내며 울컥한 마음을 그는 그리 표현했지요.
조용조용하고 쉴 기회 많을 거라 짐작했는데,
웬걸 44명 못잖게 활발한 아이들이더라고 희중샘이 중평을 했고,
새미형님은 평생 길이길이 기억될 추억이었고 뜻 깊고 기분 좋았다 하고,
민희형님은 지금 이 시간 화장실 청소 해얄 것 같고 뭔가 빈 것 같다 했습니다.
생활이 정체된 느낌의 요즘이었는데,
활기를 얻고 간다는 선아형님도 있었네요.
좋은 공간 여러분들이 지켜줘서 나아간다,
앞으로도 그리 해달라 부탁했습니다.
물꼬를 지켜나가기 위한 결의대회쯤이었다고나 할까요.

사람들이 역을 비우고,
다시 물꼬로 들어가는 이들이 있었고,
하다 이에 문제가 생겨
이틀을 더 머물다 가기로 한 건표랑 부선이는 대전행에 동승했습니다.
뒷 자석 아이들의 부산스러움은
마치 <신기한 스쿨버스>에 태운 아이들 같아 즐거웠지요.
어쩜 저리도 재잘댈 수 있을까요.
일이 끝나고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곁에서 저녁을 먹은 덕분에
잠시 산책도 하고 마침 하고 있던 마당극 하나도 보았더랍니다.

가마솥방에선 김정희엄마와 미선샘이
아이들이 빠져나간 부엌에서 남겨진 그릇을 닦고,
가마솥방과 곳간을 치워내고,
통로의 실내화를 빨고,
그리고 바깥바라지 용찬샘과 젊은할아버지는
해우소를 비우고 마당을 갈무리 하였지요.
그리고 마당에서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웠답니다.

어둠이 내린 마당 가의 감나무 아래 평상,
남은 이들이 앉았더랬습니다.
희중샘, 용찬샘, 미선샘, 김정희엄마, 소사아저씨,
건표 부선 미성 하다,
그리고 제가 있었지요.
어른들은 3주의 피로들을 곡주로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평상에서 날밤을 샐 것 같은 어른들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책방에서 책을 읽다가 서로 노닥거리다가
모두 손 붙잡고 마당을 거닐고 있데요.
아이들도 고즈넉한 산골의 밤이 좋았던가 봅니다.
돼지기름을 묻혀 밝힌 횃불이 오래 타오르다 사그라들고,
밤도 그리 사그라들고 있었답니다.

아래는 아이들이 남긴 갈무리글이랍니다.

* 글은 맞춤법까지 쓴 그대로 옮겼습니다.
* 띄어쓰기는 읽는 이가 편하도록 고친 부분이 있습니다.
* 말줄임표 ‘...’은 옮기면서 줄인 것,
‘.....’은 원 글에서의 말줄임표로 구별하였습니다.
*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 이가 주(註)를 단 것입니다.
* 글의 차례는 잡히는 대로 옮겨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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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혜인:
나는 처음으로 백서른세 번째 자유학교에 왔다. 처음에는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 학교에는 책방도 있고, 놀 수 있는 시설들이 많이 있어서 좋았다.
또, 때건지기, 해건지기 이런 말들도 처음 듣게 되었다.
보글보글에서는 내가 처음으로 음식을 만들어보아서 좋았다.
맛난 음식들을 서로 나누어 먹어서 좋았다.
해건지기에서는 체조 같은 것을 해서 좋았지만, 한편으로 귀찮았다.
손풀기, 그림그리는 시간에서는 물체를 보고 그리는 것이 미술학원과 비슷하였다.
열린교실에서는 도시에서는 짚풀을 많이 얻을 수 없는데,
시골에서는 짚풀로 많은 것을 만들어서 좋았다.
5박 6일이 그렇게 긴 시간인 줄 알았는데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부모님도 보고 싶어졌지만 이제는 집에 가기 싫어졌다.
음악놀이는 이런 부엌도구들로도 아름답고 재미있는 소리를 해서 참 신기하였다.
자유학교 같이 자유시간도 많아서 좋았다.
물놀이가 가장 재밌었는데 서로 물을 뿌리고 도망 다니면서 하는 게 엄청 재밌었다.
대동놀이는 내가 알지 않은 놀이들을 직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산에 올라갈 때는 무척 힘들었지만 정상에 가니까 무척 뿌듯했다.
5박 6일 동안 재밌는 체험을 해서 무척 좋았다.

5년 재영:
나는 처음 자유학교 물꼬에 왔다.
많은 캠프를 갔지만 물꼬는 처음이다.
5박 6일이 좋긴한데 처음 가는 곳이라 첫날에는 가기 싫었었다.
그런데 갈수록 재미있었다.
왜냐하면 열린교실이나 보글보글, 한껏맘껏 등 이름 그대로 자유였기 때문이다.
열린교실 때는 수레와 쿠션, 주머니를 만들었는데 셋 다 꼭 해보고 싶은 것이었다.
그런데 백두대간 능선길, 그러니까 산을 오를 때에는 너무 너무 힘들었다. 계속 오르막길만 있어서 다시 되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오르고나니 보람 있고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
이제 집에 가야 한다니 조금 아쉽다. 집에 가고 싶기도 한데. 참 즐거운 5박 6일이었다.
-끝-

2년 세영:
5밤 6일 동안 이렇게 재미있는 캠프는 처음 봤다.
그리고 샘들하고 재미있게 놀고 공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또 보글보글 할 때 만두도 배우고 피자도 배우고, 그런 것들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요리 실력도 늘고, 특히 대동놀이나, 감자 구어서 얼굴에 묻히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옥쌤 아들 하다오빠가 나한테 장난을 쳐서 재밌었다. 그리고 ‘물꼬’라는 이름이 진짜 신기했다. 그리고 장순이도 만져서 좋았다.

6년 지현:
나는 원래 일찍 일어나는 아이가 절대 아니어서 7시 30분에 일어나는 것이 적응되지 않았다.
그리고 물꼬에 온지 첫째날은 새벽에 잠이 들었다.
또, 매일 아침마다 음악을 들으며 아침 밥을 먹는 것도 꽤 즐거웠다.
나는 물꼬에서 손말 배운 것을 집에 가서 가족에게 자랑할 것이다.
그리고 열린교실 할 때 바느질도 재미있었구, 다좋다에서 팔찌 만들기도 재미있었다. 또 보글보글에서 만두도 먹고 남은 걸로 볶음밥도 먹고...... 근데 나누어 먹으니 더 맛나는 것 같다.
근데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백두대간 능선길이다. 완전 힘들었지만 정상에 올라왔을 땐 보람있었고, 내려갔을 때는 계곡에서 물놀이 한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대동놀이도 참 재미있었고 말이다.
근데 왜 연극놀이를 안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밥을 먹을 때 유기농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니까 목구머에 술술 잘 들어갔다.
처음엔 집에 가고 싶지만 지금은 엄마가 보고싶으면서도 가는 것이 좀 아쉽다.
그리고 태현이가 잘못을 하고 혼났을 때 내가 다 창피했다. 선생님들이 태현이를 혼내서 이런 일 없고 태현이가 이런 버릇을 고쳤으면 좋겠다.
아무튼 그런저럭 즐거웠던 것 같다.

3년 예원:
나는 5박 6일은 아주 긴 시간인 것으로 생각을 했는데,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껏맘껏 시간이 제일 제미있었다. 그 이유는 계곡에 가서 물놀이도 하고 첵도 보고 해서 너무 제미있었다.
그리고 보글보글시간에 너무 제미있었지만 힘이 들고 땀이 났다. 그치만 엄마가 요리하는 게 지룹고 귀찬게 보이기만 제미있고 신나고 그레서 엄마가 요리를 할 때 나도 엄마 도와드릴 거다!
나는 연극놀이를 못해서 아쉽다. 그치만 다음 게자 때 꼭 연극놀이를 할 거다. 나는 만은 켐프를 다녀보았지만 자유학교 물꼬가 제일 짱이다. good

5년 희주:
이번의 계자는 사람이 적어서 좋았다. 5밤 6일 동안 제일 재밌었던 것은 산에 갔었던 날이다. 산에 가기 전에는 힘들 것만 같았었는데, 생각보다 힘이 안 들고 재밌었다. 내 생각에는 엄청 늦게 도착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에 비해 빨리 정상에 올라갔다. 올라가서 맛있게 김밥을 먹었다.
나는 보글보글 시간에도 재밌었다. 보글보글 시간에 김치 떡볶이를 해서 먹었는데 엄청 맛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떡볶이였다.(* 그림: 첩첩산)

중 1 인영:
물꼬에 이번 해가 학생으로서 오는 마지막 해일 거 같다.
물꼬 식구들은 나에게 제 2의 가족이자 집이다. 물꼬는 그만큼 나에게 든든한 몸과 마음 정신을 주는 영양제이다. 이것은 물꼬를 매번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물꼬에서의 생활은 도시에서는 가치 없게 여겼던 많은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다양한 식물들의 비료가 되는 우리의 배설물, 함부로 짓밟어 죽였던 곤충들...... 5박 6일이라는 짧은 일정 속에서도 물꼬는 내 주변과 내 자신 안에서도 신비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이번 여름의 산오름은 다른 때보다 힘들었던 것 같다. 불평불만 없이 올라가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힘을 내야겠구나 생각했지만 쉽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정상에 다다랐을 때, 밑에 경치를 본 순간 온갖 고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내 자신이 기특하고, 뿌듯했다. 산은 이래서 오르나보다. 이번에 새로 생긴 ‘음악놀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로 소리를 만들어 노래를 만드는 시간이였다. 3모둠으로 나눠 각각 노래에 맞춰 가져온 존재하는 것들로 소리를 만들어냈는데 너무 재밌고 서로 다른 신비한 소리를 내니 흥미진진했다. 춤명상도 재밌었다. 하루가 끝날 무렵에, 노래에 맞춰 다 같이 이아기가 있는 춤도 춰보고 마음을 수련하는 춤도 춰고 나의 마음과 몸을 굳건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4년 소현:
5박 6일 동안, 자유물꼬에서 재일 인상 깊고 재미있었던 것은, 보글보글, 한껏맘껏, 한데모임이다. 왜냐하면, 보글보글은 샘들과 함께 요리하고 좀더 친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고, 한껏맘껏은, 한껏맘껏 놀고 쉴 수 있기 때문이고, 한데모임은 모두 모여서 노래도 부르고, 배우고 손말도 해서 재미있었다. 한데모임에서 졸 때도 있었지만 재미있고 자유물꼬가 재일 재미있는 캠프같다.

1년 미성:
물놀이하고 재밋는 놀이도 하고 등산도 조금 힘들었지만 재밋었고 이런 추억이 있었지만 이런 건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오빠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특이 보글보글이 재밋었어요. 장작놀이도 재미있었어요.
8/4 금 2009

3년 지현:
5박 6일 동안 열린교실, 보글보글, 산에 올라가기, 가 재미있고 힘들었습니다. 열린교실1은 뚝딱뚝딱을 했는데 망치질은 재미있었는데 톱질이 어려웠습니다. 열린교실2에서는, 마늘껍질(* 양파껍질)로 옷감을 물들이는 것을 했다. 보니 밝은 노란색으로 나왔는데 정말 예뻤습니다.
보글보글1 시산에 스파게티가 정말 ダ羚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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