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17.달날. 날 까물까물

조회 수 958 추천 수 0 2009.08.31 12:42:00

2009. 8.17.달날. 날 까물까물


계자를 끝내고
가을 학기를 시작하기 전 대개 2주의 시간은 확보되는데
이번에는 한 주만 남았네요.
예년대로라면 한 주는 쉬어가고
나머지 한 주를 계자 뒷일로 보내는데,
기록이라든지 다녀간 아이들에게 전화를 한다든지,
조금 서둘러야 합니다.
우선 읍내 나가야 하는 일들을 묶지요.
계자에서 손을 탔던 물건들은
수리가 필요하거나 교환, 혹은 새로 사들여야 하는 것도 있고,
두고 간 물건들을 챙겨서도 부쳐야 하고,
마을까지 들어오지 않은 택배들도 찾아와야 하고,
도서며 지역에서 빌린 것들 반납도 해야 하고...

저녁을 먹고
안에 있는 식구들의 계자 갈무리 모임이 있었습니다.
미선샘은 부엌에서 계자 밥바라지를 하며
‘관계’ 맺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았다 합니다.
어떻게 관계 맺는 것이 잘 맺는 것인지 말입니다.
자기의 상처를 극복하는 게 관계를 위해서도 중요하더랍니다.
자기가 건강해야 관계 역시도 건강하게 맺을 수 있다는 말 아닐는지요.
그는 곧, 머물기로 한 반 년을 다 보냈습니다.
세 달을 묵기로 했다 다시 세 달을 더했지요.
하여 며칠 대해리 풍경 열심히 보고 있다 합니다.
얼마나 힘이 되었던 그인지요.
당분간은 달에 한 차례는 와서
빈들모임도 하고 하던 일인 재정도 정리하겠다지만
새로운 일상 속에서 그렇게 짬내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참말 애 많이 썼지요.
고맙습니다.

모임이 길어집니다.
그는 올여름 전 계자의 부엌을 관장했던 만큼
역시 평가에서도 그 부분을 주로 다루었지요.
부엌일은 전체 흐름에서 소외되기 쉬워
서로 힘을 받아가는 계자의 다른 관계들과 다를 수 있으니
일을 하는 이도 마음가짐을 잘 가져야 하겠고,
전체와 잘 소통할 수 있는 구조도 잘 만들어야겠다 조언했습니다,
그래야 자기가 잘 하는 것(계자 전체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에 집중하기 쉬운 것도
경계할 수 있고,
같이 밥상을 준비하는 이들끼리 힘겨루기도 없을 것 같다고.
새끼일꾼이며 품앗이일꾼 같은 자원봉사자제도가
유달리 물꼬에서 더 원활하다 싶은 건 왜일까,
마침 다른 공간에서
물꼬의 새끼일꾼제도를 빌어보고자 했으나 잘 안되더란 고백을 들었던 터라
모임에서 얘기가 나오게 됩니다.
“(물꼬가) 어떤 마음을 갖게 하는 힘이 있는 거죠.”
용찬샘의 말을 미선샘이 받았지요.
“(물꼬의)'역사'에 있는 거지.”
부엌의 청결함, 날마다 수저와 행주며 삶아대고,
용찬샘은 돈 받고 와서 하면 그렇게 하겠는가 싶더랍니다.
마음을 내고 자기를 그렇게 쓰는
물꼬의 방식에 서로 깊이 고마워했고,
그렇게 다녀간 이들을 칭송했더랬지요.

용찬샘이 석달을 기약하고 머무르고 있습니다.
당분간의 새로운 식구이지요.
새식구맞이 모임도 겸한 자리였지요, 오늘.
잘 머물다 가는 미선샘이 용찬샘한테
자신이 어떻게 잘 머물렀던가를 들려줍니다.
처음 물꼬를 선택하게 된 그 고민 그것만 생각해라,
술 먹고 말하지 말고 평상시 말해라,
맘 편히 살아라,
못해도 부엌에 들어가 음식해라,...
“내게도 쉼을 위해 물꼬가 필요했고
물꼬도 내가 필요했다.
서로 주고받음이 있어야 해요!”
귀한 말들이었네요.
“지난번에 군인들 다녀갔잖아요...”
미선샘은 대민지원을 나왔던 군인들 얘기를 덧붙였습니다.
말 끝마다 “네, 알겠습니다!”하던 군인들이
처음엔 우습더랍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생각이 들더라나요.
온전히 단 하루라도 그렇게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 싶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
그래요,
우리는 누군가에게 온전히 “네, 알겠습니다.”라고 한 게 얼마나 되려나요...

씻기며 작은 아이들의 몸(땀띠라든가)을 아주 세밀하게 살펴주지 못했다,
전체를 관장하고 살펴줄 사람의 부재에 대한 고민,
계자 하고 나면 논밭이 엉망이 되어 농사가 절단다는데,
농사 전담자를 계자에서 빠질 수 있도록 구조를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역시 사람의 부재, 준비할 때의 교무실 인력의 부족이 큰 문제더라,
부엌, 그리고 중간관리 역할이
제대로 다음을 잇는 이에게 잘 전수될 수 있는 구조의 필요,
눈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겠지만 그 연결이 원활하지 않을 때는
기록을 통해서라도 전수되도록 해야겠다,
그런 자평이 더해졌답니다.


아, 교도행정관 한 분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교정교육의 하나로 재소자들과 '춤명상(명상춤)'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그들을 대상으로 어떤 작업을 해본 적이 없어 어떨지 모르겠으나
귀한 시간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가난한 것이나 내가 가진 것으로
필요한 곳에 쓰인다면 더없이 기쁠 일이다마다요.
다만 역시 시간이 문제이지요.
평일이어야 한다는데 시간을 낼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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