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18.불날. 까물룩거리는 하늘

조회 수 963 추천 수 0 2009.09.02 00:37:00

2009. 8.18.불날. 까물룩거리는 하늘


몇 되지도 않는 식구 가운데
사회학자인 기락샘은 주로 서울에,
집을 짓는 종대샘은 안동에 가 있습니다.
목수샘의 일터는 청량산 아래 산수가 수려한 곳으로
날이 더워 집짓기를 쉰 두어 달
거기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식당일을 벌이기도 하였더랍니다.
다시 집을 짓는 일로 돌아가면서
냉장고를 다 털어 실어왔지요.
하여 또 한 번의 ‘금의환향’이었답니다.
한편 미선샘은
내일이면 반년을 머물던 방을 비우네요.

계자 갈무리 교무실 청소를 하면서
책상 한 켠에서 책 하나 툭 떨어졌습니다.
잠시 멈추어 몇 장 들춰보지요.
“대개 사람들은 위협당할 때 형편없어지네. 그런데 우리 문화가 사람들을 협박하거든. 우리 경제도 그렇고. 우리 경제 체계에서는 직장을 가진 사람들까지도 위협을 느끼지.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르니까 걱정이 되어서 말야. 그리고 사람은 위협을 받기 시작하면 자기만 생각하기 시작하네. 돈을 신처럼 여기기 시작하는 거야. 그게 다 우리 문화의 속성이라구.”
모리 슈워츠라는 사회학자가 제자에게 들려준 말이었습니다.
세상이 중요하다고 선전하는 무의미한 것들에 매달리는 대신
무엇이 정녕 우리 생에 중요한 지를 물었던 그였지요.
생각한대로 살려고 들어왔으나
산골살이의 팍팍함은 때로 우리에게 그 처음을 잊게 하다가
이런 순간이 다시 마음을 정리하도록 도와줍니다.
그것은 특히 교육에 대한 생각으로 집약되는데,
이곳에서 하고 있고 하려는 교육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지요.

여름과 겨울 긴 계자 일정이 끝이 나면
이곳저곳 방문을 하거나 전화라도 넣어 안부들을 묻습니다.
오늘은 선배 하나랑 행정정책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행정은 때로 왜 그렇게도 바보스러운가에 대한 이해쯤이었다고나 할까요.
언젠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신호등이
고발프로그램에서 다루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일반인도 찾기 힘든 곳에 벨을 ‘숨겨’놓았더란 말이지요.
그런데 행정하는 그들이 바보가 아닙니다.
“세상에 별놈의 인간들이 다 있잖아...”
“그러네.”
“지나다 애도 꾹, 취객도 꾹, 이 사람 저 사람 다 누르면 어쩌냔 말야.”
그리하여 나름의 고충을 해결한 게 그 위치 아니겠냔 말이지요.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는 일에 대한 어려움이
행정자들에게도 많지 않겠는가 그런 얘기였지요.
“내가 말야, 언젠가 세무서에 갈 일이 있었거든...
그런데 그 서류란 게 제법 배운 나도 여간 까다롭지가 않더란 말야.”
그러면 그게 왜 그렇게 어렵냐,
단순히 현학적이려고 그런 걸까,
물론 저들 세계의 사람들끼리 알아먹으려고 한 것도 있겠지,
그런데 그런 절차가 없으면 별의별 놈의 사람들이 세금을 포탈할 거란 말야,
나름 그걸 방지하는 한 방편으로 생각한 건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지요.
세상을 두루 이 면에서 저 면에서 바라보는 지혜가 있다면
덜 노여워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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