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22.흙날. 맑음
지리산 아래입니다.
피서철은 지났다 하나
콘도에는 사람들 넘쳐나고 있습니다.
봄이 가도 아쉽고 여름이 가도 아쉬운 게지요.
해마다 돌아오는 철인데,
가는 계절이 늘 아쉬운 건 사람살이의 허다한 모습이다 싶습니다.
‘유한’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뭔가를 해야겠는 거지요.
삶이 더욱 빛나는 것도
그 영원하지 않음 때문이지 않으려나 싶습니다.
낮에 아이들과 경호강에 들어 놀았습니다.
일곱 살 계자에 오기 시작했던 아이가 자라
벌써 초등학교 졸업반이 다 되었고,
그 인연으로 부모들이 좋은 친구가 되었지요.
때마다 그 댁에서는 이곳 삶을 두루 살펴줍니다.
건강을 위한 것들까지 챙겨보내주십니다.
하여 이번참에는 저희 식구들이 그 댁을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의 시간들이랍니다.
아이들과 수영도 하고 보트도 탔지요.
멀리 가마우지랑 왜가리가 바위 위에서 노는 곁으로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 머리가 물을 오르내리고
그 곁에 낚싯대를 던지는 이들이 그림처럼 있었습니다.
산 그림자 내리기 시작할 적에야
물에서 몸을 털고 나오는 새들처럼 나왔더랬지요.
늦도록 놀던 아이들도 잠에 들고
길을 안내했던 이도 잠자리로 가고
오랜 친구처럼 두 사람이 앉았습니다.
비슷한 역사를 건너갔던 경험과
닮은 감성을 지닌 탓에
주고받을 얘기도 많았더랍니다.
그에게서 젊은 날의 일부를 듣습니다.
거기엔 꺼내기 어려운 치부(?)도 들어있었지요.
시간은 그런 힘을 줍니다,
한 때 낯이 뜨거운 이야기도 꺼낼 수 있는.
그래서 때로 나이 드는 일은 고마움입니다.
그렇더라도 쉽지 않은 이야기가 수이 꺼내지는 것은
역시 그 문제로부터 일정정도 자유로워졌다는 뜻일 테지요.
당신 삶의 한 부분은 기꺼이 꺼내주어 고마웠고
우리를 건너가는 시간을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어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날 희뿌연히 밝고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