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23.해날. 맑음

조회 수 957 추천 수 0 2009.09.05 22:36:00

2009. 8.23.해날. 맑음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이 깨웠습니다.
벌써 사람들은 콘도를 빠져나가고 있었지요.
바리바리 싸들고 간 짐에서
국수를 꺼냅니다.
아침에 먹는 따뜻한 국수도 나쁘지 않데요.

내려다보이는 계곡에서
열어놓은 창문으로 물소리 크게 건너옵니다.
베란다로 나가서 산공기를 한껏 마셨지요.
그게 그래요,
산에 살아도 늘 산이 그립고
산에 들어도 산 공기가 처음인 양 답니다.
아이들은 느린 아침시간을
저들끼리 이 방 저 방 몰려다니며 노닥거리고 있습니다.
문을 여닫거나 장을 여닫는 장난이
아무래도 누가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입니다.
“그러다 다치겠다.”
“앗!”
말 떨어지기 무섭게 한 녀석이 울지요.
문짝에 발가락이 낀 것입니다.
적당한 선에서 끝내기 쉽지 않지요.
도둑이 그렇다던가요,
한 번 더 하다가 결국 잡히고 만다나요.
어떤 일을 그리 끝내기가 쉽잖습니다.
안내대로 달려내려갑니다.
이런, 약품이 없습니다, 그 커다란 콘도에.
한 소리 하고 급히 사오라는 전갈을 보내지요.

산을 빠져나오고 강을 끼고 달리다 일행과 헤어집니다.
귀한 사람들과 보낸 시간, 두고두고 고마울 것입니다.
잠깐의 초대로 그간의 감사함을 다 전할 수 없겠지만
늘 받고 살다 그리 나눌 수 있어 또한 고마웠습니다.
아이들 살아가는 날들에
오래 그리 만날 이를 알고 있어 좋았지요.
그것도 결 고운 이들이어
마음결이 한결 다듬어진 듯하여 더욱 좋았습니다.

어제는 어머니 생신이었습니다.
이모들이 모두 모여 해운대에서 잔치를 벌였답니다.
오늘 돌아온 당신 댁에 갔습니다.
당신 생신에 댁으로 간 것이 몇 해 되지 않습니다.
물꼬 삶이 오래 그러하였습니다.
설과 추석 같은 큰 명절도 비껴갔더랬지요.
같이 사는 식구들 명절 쇠러 보내면
누군가는 남아서 학교에 있어야 했더랬습니다.
이제 나이 들고,
그런 사람 노릇은 하고 살아야지 한답니다.

늦게야 대해리로 돌아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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