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25.불날. 맑음, 그리고 자정 빗방울 몇 두두둑거렸네.


서울서 한 아이의 엄마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계자 때마다 오는 아이입니다.
어느 새 개학을 맞게 되었다며
물꼬의 여름날들을 물었습니다.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한 당신이시지요.
고맙습니다.
계자를 다녀가지 못해도
이렇게 더러 부모님들이 연락을 해옵니다.
그래요, 꼭 철마다 다 못 봐도
우리의 인연은 그리 이어집니다.
그렇게 커간 아이들이 내내 이곳에 뿌리를 두지 않아도
자기들을 키워준 것이 물꼬였다 말해주지요.
고마운 일들입니다.

무슨 조정위원회가 사회저명인사들 20명으로 꾸려진답니다.
실제 일이야 몇 차례 없어 명예직에 가깝다지요.
세 달에 한 번씩 같이 밥도 먹고
봄가을로는 등반을 한다나요.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살 거라면
이런 모임도 같이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한 어르신의 제안이 있었습니다.
특히 올해 구성은 교육인사들이 많으니
더욱 함께 하셨으면 한다셨지요.
산과 들과 밭에 가까이 살겠다면서
삶은 자꾸 자꾸 밖에서 더 많이 이루어지는 건 아닌가 싶은
우려가 적잖이 일기도 하였는데,
물꼬에 보탬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고민을 해보기로 하였답니다.

아이가 순두부찌개를 끓입니다,
앞치마를 두르고.
쉽게 고추기름 내는 법을 일러주었지요.
서둘러 하느라 아이를 곁에 세워두지 못할 때가 많은데,
계자를 끝내고 다음 학기로 가는 건널목 한 주는
이렇게 여유가 있기도 하답니다.
귀한 저녁이었지요.
곧 그 아이도 새로운 세상으로 갑니다.
한 학기 제도학교에 교류학생으로 가기로 최종결정이 났지요.
해당 학교에서 다행히
아주 우수한 학생을 받아 기쁘다는 전갈을 주었습니다.
하기야 그게 행실이기야 하겠는지요,
그저 한두 개 틀린 시험지이지요.
그래도 이왕이면 반기니 좋지요, 뭐.
여전히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겠다는데,
부모 의견에 겨우 동의를 해준 것이었습니다.
한편 걱정이 있기도 합니다.
하나는 아이에게 얘기를 했고,
하지 못하였지요.
전자는 스스로 해가던 공부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편함에 익숙해져버릴까 하는 걱정이고
(하기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 속에 우리가 배우는 건 또 없더냐만),
후자는 주류에 편승하고 있을 때의 안정감에
그가 익어버릴까 걱정이 좀 됩니다.
하기야 그것도 그의 몫일 테지요.

차를 닦았습니다.
묵은 먼지를 터는 일은
새 학기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이기도 합니다.
봄맞이 대청소는 한 해를 얼마나 홀가분하게 맞게 하던지요.
작은 일 하나로도 생활의 무게를 덜 수 있습니다.
이 소소함들이 참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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