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26.물날. 맑음

조회 수 955 추천 수 0 2009.09.05 22:38:00

2009. 8.26.물날. 맑음


칠석입니다.
효소를 걸렀습니다.
무겁게 덮고 있던 항아리 뚜껑이었지요.
바람과 만나 다음 숙성단계로 넘어갈 것들입니다.

연일 고추를 잘 먹고 있습니다.
쌈장이 금새 동이 나지요.
봄에 잘 가꾼 것들을
두고 두고 그리 거둬먹고 있답니다.
농사를 그런 맛으로 짓는 것이겠습니다.

아이가 바삐 몸을 놀립니다.
느지막히 일어나 자기 아침 자기가 챙겨먹고 설거지 합니다.
점심 설거지도 오늘 그의 몫입니다.
바깥사람들이 들어오는 일정이 없는 물꼬의 일상에서는
늘 자기 몫이니 하지요.
그런데 그릇정리하고 씽크대도 박박 닦고
수채바구니 꺼내 털고 닦고 부엌 바닥까지 훤하게 닦아 놓았습디다.
우리 가마솥방의 부엌요?
교실의 3분의 1이지요.
그 바닥을 구석구석 밀었더란 말이지요.
저녁에는 앞치마 하고 들어와
된장찌개며 다시마조림이며 돕고 야채도 다듬고
쌓여있는 물컵 가져와 닦고
다시 부엌정리를 도왔습니다.
낮에는 제 공부를 챙겨 하고
교무실에서 전화도 받더니만 말입니다.
“늘 이랬으면 좋겠지?”
엄마 턱 아래서 씨익 웃으며 그러데요.

오늘 아이의 이 행동은
우리들에게 좋은 공부거리가 되었습니다.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이
천일기도 해제를 며칠 앞두고 있다지요.
4시30분 새벽 예불, 오전 10시 사시 예불, 오후 6시30분 저녁 예불까지
300여배씩을 나눠 절을 하고 기도하는 날들이었다 합니다.
"솔직히 새벽 예불을 하러 가기 싫었던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하기 싫을 때 하는 기도와 정진이 진정한 수행 아닐까요. 큰 물결을 거슬러 헤엄치려 애쓰면 좀처럼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자칫 밀려 내려가지만 그러는 가운데 헤엄치는 근육이 발달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고 싶어서 신바람 날 때 하는 기도보다
어렵고 힘들고 하기 싫을 때 하는 그게 더 깊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어떤 일도 저 하고 싶어 신바람으로 할 때보다
하기 싫을 때 다시 마음을 내면서 해 나가는 그게
더 깊이 자신을 키워내지 않는가 싶습디다.
아이랑 잠자리에서 그런 얘기 나누었댔지요.

늦은 시간 전화가 울렸습니다.
서울입니다.
올 여름 다녀가지 못한 아이네였지요.
올해는 그런 전화가 적잖습니다.
물꼬 인연들이 깊구나 싶데요, 고맙고.
늘 서로를 깨우치는 나눔이 좋습니다.
‘제대로 살아야지!’
또 마음을 다잡게 해주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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