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30.해날. 비 내리다 오후 그침

조회 수 968 추천 수 0 2009.09.07 11:58:00

2009. 8.30.해날. 비 내리다 오후 그침


“수행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포교라고 생각합니다."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이
천일기도 해제를 앞두고 했던 인터뷰의 한 구절입니다.
내내 마음 언저리를 도네요.
형제를 변화시키려고 하지 말라던 초대교회의 문구도 생각나데요.
다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사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누가 누가를 설득시킬 수 있단 말인지요.
다만 삶으로 말할 일이겠습니다.

비 내리는 날이면 안에 있는 일들을 챙깁니다.
마침 주말이어 부엌 세간살이도 털고 닦아야 하고,
본관 청소도 해얄 때가 되었네요.
그러면 한 주 정도는 잊어먹고
농사일이며 읍내로 나가는 일이며 두루 잘 살피고 지낼 수 있지요.

오후 느지막히 멀리서 손님들이 걸음하셨습니다.
옥정호를 사이에 두고 임실과 정읍에 계신 분들이시지요.
순례자 공동체의 오이석목사님이며, 건강농원의 서길문님,
그리고 다른 개척개회 목회자 한 분과 이웃분이십니다.
청국장이며 청국장 환, 효소랑 포도랑, 우유,
마늘쫑장아찌에 깻잎김치까지 바리바리 싸오셨지요.
“본 게 있어서...”
물꼬에서 방문했던 두어 차례
밑반찬과 수확물을 지고 간 것을 말씀하시는 거지요.
손수 집도 지어 올리는 분들이신데
이제 구들이 숙제가 되었다고,
그래서 양양의 무운샘한테 말을 좀 넣어달란 지 오래였더랬지요.
이번에 길을 떠난 첫 목적도
물꼬에서 하룻밤 묵고 양양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대체에너지에 대한 고민으로 서로 안면식이 있던
채식협회의 손석구님도 잠시 들어와
가벼이 저녁 먹고 달골에 올랐지요.
고자질하러 온 사람들처럼
삶을 둘러싼 관계들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알지요, ‘모모’의 가치를,
상담자의 최대 덕목은 듣는 것 아니겠는지요.
다만 들었습니다.
사실 당신들이 무슨 해답을 얻자고 꺼낸 말씀들도 아니고,
그 정도의 나이가 되면 이런 일들이 치부인 것도 아니고.
살아가는 언저리의 일들을 꺼내고 찧고 까부르며
유쾌한 저녁이었습니다.
삶에 두루 걸린 이야기들이 무엇보다 귀했지요.
자립을 꿈꾸고 그리 사시는 분들이므로
농사를 짓고 집을 짓고 옷감을 물들이고 목회를 하는 속에 얻은 것들을
잘 나누어주셨습니다.
물꼬는 참 할 말이 없데요.
말이 되는 날이 있지 않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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