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31.달날. 맑음

조회 수 940 추천 수 0 2009.09.07 11:59:00

2009. 8.31.달날. 맑음


마지막 칡꽃들이 다 내려앉았습니다.
머리 들어도 하나도 뵈지 않고
칡넝쿨 아래 길을 덮고 있던 것조차
바짝 말라들고 있었지요.
올해는 꼭 그 꽃으로 효소를 담아야지 했는데,
훌쩍 그리 넘어가버렸습니다.
내년 여름엔
마지막 계자에서 아이들이랑 같이 따야지 합니다.
언제쯤이면 제 때 제 철 것들을 챙기며 사려는지요...

저녁에 식구들이 면소재지에 모였습니다.
소문난 고깃집으로 식구나들이 한 것이었지요.
표고 따낸 이야기며 토란밭에 풀맨 식구들 이야기가 끝나자
한동안 보낼 제도학교에서의 첫 달날을 맞은 아이가 얘기를 시작합니다.
일종의 학교평이었지요,
딱히 그 학교에 대한 평이라기보다
일반적인 제도 학교에 대한 평.
애들 이야기는 애들 이야기이거니 해야 하고
하여 그건 한 풀 벗기고 들어야 합니다.
그렇더라도 귀기울일 만한 것들 없지 않겠지요.

“청소를 하는데...”
서로 마음을 내서 하자는 물꼬의 청소법과 많이 다르더랍니다.
청소를 하다가 다른 애가 화장실 가면
걔 부분은 그만큼 남겨두고 하더라지요.
어째얄지 모르겠더랍니다.
뭐 거기선 거기 사는 법을 익히고 그리 살아가겠지요.
“그리고, 애들이 기본예절이 없는 것 같애.
요구는 하고 자기는 안 지키고...”
(남 얘기할 것 없다, 바로 네 얘기네, 하려다가 말문을 막을까 싶어 말았답니다.)
다른 사람이 책상에서 뭘 하고 있는 데도
기대고 방해하고 그런 사소한 것에 대한 예의 혹은 배려가 없더라지요.
우리 문화에서는 참 안 되는 것 같다며
미국에서 학교 갈 때랑 견주기도 하고
어쩌면 한국 문화가 그런 게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답니다.
“오늘 애들이 나한테 ‘잘난 체하지 말’라는 일도 있었다.”
“네가 좀 잘난 체를 하잖아.”
“그게 아니라...”
애들이 선생님 질문에 대답하거나
자기들이 모르는 걸 남이 잘 알면 꼭 그리 말한답니다.
“물으면 대답하는 게 예의인데 왜 그래?
곰팡이가 어디에 쓰이는가 물었는데 대부분 메주는 알고 있더라고,
그런데 내가 페니실린이라고 했더니 잘난 체하지 말라면서...”
“그러게...”
“... 아무래도 선생님이 아이들을 제어를 못하는 것 같애.”
수업 시간 장난치고 안 듣는 게 예사더라네요.
뭐, 과장이야 있겠지 하고 듣습니다.
“아이들이랑 내가 관계 푸는 것도 좀 다른 것 같애.
애들은 친구가 많으니까
한 친구랑 관계가 나빠져도 다른 친구랑 놀 수 있는데
물꼬에서는 한 친구랑 못 놀면 놀 친구가 얼마 안 되니까
최대한 빨리 제대로 풀려고 해.
그러니까 학교에서 애들은 미안해 하는 말들도 안하고...
그런데 내가 한 친구한테 ‘그거, 미안해.’ 그랬더니
그런 건 말을 안 해도 자연스럽게 풀리는 거라면서 이상해하더라.”
정말 세상 수업 톡톡히 하는 구나 싶습디다.

그런데, 아직도 애국조회란 걸 하더랍니다.
무슨 군국주의시대의 유물이 지금도 있다고 놀라고 있었습니다.
“아주 바둑판을 만들어놓고...”
저도 몰랐습니다, 아직 그런 걸 초등학교에서 하고 있는 줄.
우리가 세상의 변방이 있기는 한가 보데요.
여튼 아이의 제도학교 경험을 재미나게 바라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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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31.달날. 맑음 <학교 가기 싫은 이유-애국조회>

정말 이해가 안가고, 이상하며, 진짜 어이없는 일이 학교에 있다. 바로 애국조회다.
진짜 땡볕에 학생을 세워놓고, 막 “정렬!”등을 하는 게 진짜 싫다. 가뜩이나 힘든데, 정말 날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애국조회도 ‘세뇌’인데 정부가 앞장서서, 사회주의와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거다.
정말 이해가 점점 안 간다.
피곤하다.

(열두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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