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4.쇠날. 맑음

조회 수 923 추천 수 0 2009.09.14 13:45:00

2009. 9. 4.쇠날. 맑음


아이가 제도학교 체험 한 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앓고 있지요.
자고 있는 걸 보고 나왔다가
읍내 나가기 전 들여다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쉬는 게 좋겠어.”
“아냐, 그래도 가야지, 끄응!”
못 일어날 것 같던 아이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에게는 학교에 가는 일이 정해진 약속이었고
그걸 지켜내고 싶었나 봅니다.
겨우 9시에 맞춰 교실로 들어갔네요.
혹 다른 아이들에게로 전염될 것도 생각해얄 텐데,
일단 보내보기로 합니다.
담임 선생님의 생각을 따르기로 하지요.

몇 해째 모든 계자를 다 이어서 오는,
여름과 겨울에는 내리 3주의 전 일정을 소화해내는,
물꼬의 오랜 품앗이일꾼 못잖은 크기를 점하는 희중샘,
언제 꼭 한 번 물꼬에서 쉬어도 가고 싶다 했던 그입니다.
일전에 선후배 몇과 다녀가고 싶다는 전갈이 왔지요.
당연히 오라 하였습니다.
창고동은 욕실 배수구 깊숙이 고인 물들에서
모기 창궐하여 떼로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아고, 으레 이 곳 삶을 잘 아는 그라고
모기향 하나 피워주지 못하고 사람들을 맞았답니다.
그렇게 맞을 수 있어 좋았고,
또 그 만큼 미안했더이다.

네 사람이 와서 창고동 불을 밝히고 있었지요.
그런데, 저녁에 두어 가지 챙겨 들여보내주느라
창고동을 갔다가 놀랬습니다.
먹을거리들이며 상자들이 몇이나 되데요.
아니, 그걸 어찌 올려왔을지요.
“이걸 다 들고 왔어?”
“손수레로요.”
차로 실어 달라 부탁을 할 수도 있었건만
우리의 희중샘 그러지 않았습니다.
참 그다웁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창고동이고 햇발동이고
아래 학교에 어떤 일정이 있을 때라도
사람들이 달골에 머무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차로 이동을 부탁해올 때가 있지요,
물건이든 사람이든.
헌데 우리가 늘 그럴 여유가 있을 만큼
진행인력이 넉넉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런 부탁이 없는 게 물꼬를 돕는 거라 하지요.
(아, 그렇다고 많은 짐을 무리하게 옮기기를 바라는 게 아니랍니다.
미리 말씀을 주시면 저희 형편을 살펴 짬을 내다마다요.)
대해리를 들어올 때도 그렇습니다.
물꼬를 돕는 것 가운데 큰 하나는
잘 알아서 학교 마당까지 들어서는 것입니다,
마음 안 쓰이게.
특히 밥 때나 약속한 시간에 잘 맞추어서 말입니다.

물꼬는 바깥샘들이 많습니다.
자기의 재능들을 나눠주시러
이 먼 산골까지 오시는 바깥샘 가운데
예술교과 한 분은 여러 악기를 잘 다루시지요.
어느 날 당신은 하루 날 잡아
물꼬의 자료봉투(몇 가지 언론자료와 안내자료를 담은)를 꼼꼼히 다 읽고
오늘 전화를 주셨습니다.
꾸준히 걸어온 길에 찬사를 보내주셨지요.
그리 잘한 것도 없이 다만 걸었던 길을,
그것만도 장하다 격려해주셨습니다.
이번에 새로 만든 악기도 보내신다셨지요.
가난하나 부유한 물꼬 삶이
당신들로 인해 그리될 수 있다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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