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20.해날. 맑음

조회 수 975 추천 수 0 2009.09.30 18:04:00

2009. 9.20.해날. 맑음


달골의 아침이 부산하였습니다.
하늘 높고 바람 기분 좋게 불었지요.
호두를 떨려 합니다.
며칠 전에 호두나무 둘레 풀을 죄 쳤더랬습니다.
용찬샘이 장대를 들고 나무에 오르고,
남자 어른들이 포대를 들고 오갔습니다.
아이도 가서 거들었지요.
올해는 좀 있으려나요?
여자들은 마침 나눌 일도 있어
햇발동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지요.
“이거 좋아요. 남정네들은 일하고...”
느긋한 아침이 좋고 좀 미안함도 들어 멋쩍게 말 한 마디 보냈는데,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지나던 남자 어른 한 분이 그리 받으시데요.
우리가 손 모으고 첫 아침에 절하는 인사말 그대로
좋은 아침이었더이다.

오후에 아이는 읍내 극장(?)에 갔습니다.
시골 극장의 즐거움...
어릴 적 제가 살던 동네에도 극장 하나 있었습니다.
그곳은 시민회관에 다름 아니었지요.
영화도 거기서 틀었고
웬만한 큰 실내모임은 거기서 다 있었습니다.
무슨 웅변대회도 그곳이었고,
무슨 발표회도 그곳,
어쩌다 혼례식도 있었고...
그 연단을 오르내리며 어린 날을 보냈더랬습니다.
운동장이 축제의 장이자 문화의 장이었던 것처럼
그 극장은 바로 실내문화의 장이었던 셈이지요.
골짝 골짝의 사람들이 나와
그곳에서 만나곤 했더랬지요.
오늘 그곳에서 아이들을 위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하나 오른 겁니다.
영화관이 없는 읍내에
가끔 영사기(요새는 이것도 아니군요) 돌아가는 극장이지요.
며칠 전부터 전단지가 돌고 포스터가 붙고,
그리고 골짝마다 아이들이 나와
그곳으로 걸어들어갔답니다.

식구한데모임이 있은 저녁.
옥수수농과 포도농에 대한 결산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유기농이라지만 참 심각했지요.
우리들의 반성이 이어졌습니다.
강제성도 없고 생계에 위협이 있는 것도 아니니
우리가 에너지를 덜 쓰는 건 아닐까,
바깥의 어떤 이의 진단대로
‘그렇게 하면 나가서 먹고 살기 힘들다’가 먼 이야기가 아닌 듯했지요.
물론 바깥의 흐름대로 우리가 살 필요는 없지만
먹고 사는 건 이곳에서도 중요한 것 아니겠는지요
귀농하면 도시에서보다 더한 움직임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정녕 그리 움직였던가,
자성이 필요했더랬지요.
그런데, 사실, 공간이나 하는 일에 견주어
객관적으로 요구하는 손발이 너무 많은 이 곳입니다.
그동안 유기농 농사에 소홀함을 비껴갈 수 있었던
변명이 되어주기도 한 까닭이었지요.
어떻게 더 인간적인 규모를 설정해낼까,
그리고 최대치를 어찌 끌어낼까,
우리들의 숙제랍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머리에 두통이 왔습니다.
감기이네요.
아이에게 왔던 감기가 드디어 어른에게로 옮아갑니다.
감기란 녀석 꼭 온 집안을 다 돌고 이사를 가지요.
으윽, 두통이 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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