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23.물날. 비 갠 한낮

조회 수 1113 추천 수 0 2009.10.06 12:01:00

2009. 9.23.물날. 비 갠 한낮


산골 아침 비가 제법 굵게 내렸습니다.
날도 어둑했지요.
빨간 장화를 신고 산골을 나섰습니다.
지난 여름
대전의 한 어르신이 직접 챙겨다주신 선물입니다,
당신도 비 내리면 예쁘게 신고 다니시는.
그런데, 이런, 산 아래는 땅이 다 말라있는 겁니다.
아예 젖었던 적이 없는 거지요.
산중살이가 온도부터 다르다 하고 산지도 한참인데
매번 이렇게 당황한답니다.

어젯밤 식구들이 둘러앉아
풋고추를 썬 뒤에 꺾어낸 고춧잎을 가렸습니다.
데쳐서 널어 말리면 겨울에 좋은 반찬거리가 되기도 할 것이나
효소 욕심을 한창 부리는 요즘이지요.
물이 더 많을 때여야 좋을 테지만
그 시기엔 곁가지가 영 부실하여 그냥 넘겼더랬습니다.
모다 효소를 담지 했고
아침에 씻어 엎어두었던 항아리에 담았지요.
이번 학기는 주중에 낮시간엔 대해리에 없어
번번이 아침 저녁 이렇게 일을 합니다.
좋은 볕 아래라면 더욱 좋을 것이나
또 형편대로 하고 사는 것 아니겠는지요.

9월 영동생명평화모임이
저녁 7시 채식식당 사랑채에서 있었습니다.
손석구님 최아선님 이영현님 박근춘님이 함께 하셨지요.
양문규님은 중국행, 정봉수샘은 식구의 병원행에 동행하셨더랍니다.
제주에서 열린 채식 관련 국제컨퍼런스 소식도 들었습니다.
거긴 주에 한 차례 모든 학교가 채식식단을 내고 있다나요.
오늘 발제자는 박근춘님이십니다.
70년대 후반 서울 봉천동을 중심으로
학교현장에서 한글을 가르친 이야기입니다.-‘한글 쉽게 배우기 소고’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자모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최세진이 ‘훈몽자회’에서 붙였습니다.
헌데 자모 명칭이 정작 글자 읽기에는 외려 벽이 되었다는데,
예를 들면 기역이라 부르고 아를 붙였을 때
그 글자를 ‘가’라 읽기 쉽잖다는 거지요.
박근춘님은 ㄱ을 그윽, ㄴ을 느은이라 부르며 한글음절표를 만들었는데,
'가'의 경우 "ㄱ/그윽 + 아 = 가" 로 쉬 읽혔더랍니다.
음절표를 읽은 우리들은
그것이 한글의 바른 발음에도 도움을 주는 듯하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지요.
그런데 준비하신 한글 연구 자료 가운데는
계자를 오는 한 아이의 아버님이 쓰시고 선물로 주셨던 책도 있었답니다.
김슬옹님의 <28자로 이룬 문자혁명>이 그것이었지요.
반가웠습니다.
그렇게 또 만나더군요...

복간을 준비하는 영동신문에 교육칼럼 첫 원고를 썼습니다.
사는 이야기였지요.
누구라도 그만한 이야기가 어디 있을라구요.
제(자기) 사는 이야기를 젤 잘 할 수 있고
제(자기) 사는 이야기를 젤 잘 쓸 수 있지 않을지요.

감기가 심해지네요.
요새는 무어라도 독하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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