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빈들모임 여는 날, 2009. 9.25.쇠날. 맑음

조회 수 981 추천 수 0 2009.10.06 12:02:00

9월 빈들모임 여는 날, 2009. 9.25.쇠날. 맑음


특수학급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관내의 초등학교입니다.
2년차 특수교사가 있었지요.
보조교사가 있지만 아이가 열한 명,
물론 전일을 있는 게 아니라 시간마다 오가지요.
그래도 많습니다, 너무 많습니다.
우리가 흔히 현장에 가면 하는 말 있지요,
현장은 달라, 현장은 이렇구나, 뭐 그런.
그렇습니다, 현실은 너무 열악합니다.
그런데도 특수교육을 위한 재정은 더욱 줄어들고 있답니다,
공립이 좋아졌다 좋아졌다 하는데도 말입니다.
안타까이 돌아옵니다.
분명한 건 특수교사들이 참 애쓴다는 것,
모다 정녕 애쓰십니다!

9월 빈들모임을 엽니다.
박정희님이 조성배랑
임미숙님이 김현곤 김현우 김승욱이랑
장은현님이 홍선아 홍나은이랑 들어오셨습니다.
아이들은 계자를 경험한 이들이고
박정희님은 한참 전부터 누굴까 싶었던 논두렁이셨으며
장은현님은 서울에 물꼬가 있을 적 고아원활동을 하며 만났던 인연이지요.
십년도 더 넘어 되나요?

저녁 먹고 달골 올랐습니다.
햇발동 식구들이 사람들을 위해 공간을 비워주었지요.
창고동을 닦으며 마음놓기부터 합니다.
청소는 칭찬으로 면제받을 대상이 아닙니다.
밥 먹고 해우소 가는 일만큼 자연스런 일상이고
그리고 때로 좋은 명상에 다름 아니지요.
이어 춤명상(명상춤)입니다.
‘봄절기 춤’과 ‘영원을 밟는 춤’을 추었고
다음은 피고 지고 거두는 과정을 몸에 담았더랬습니다.
이 산마을의 마지막 뚱딴지를 불러들여
가운데 켜놓은 초 곁에 흩뿌려놓았지요.
묻었던 여름이 떨어지고 있습디다.

영화도 한 편 틀었습니다.
오늘을 위해 선별한 건 아니고
물꼬라면 이해할 거라며 권해진 영화를
이 정도의 규모가 모여앉아 보아도 좋겠다 싶었지요.
전수일 감독의 <검은 땅의 소녀와>.
이 시대 백에 사는 아비의 현실은 탄광의 갱도보다도 어둡습니다.
한두 살 터울의 오빠는 장애를 겪고 있고
가족의 미래를 위한 선택은 여덟 살짜리 딸의 몫으로 넘어가지요.
겨울철 탄광촌의 검은 땅 위로 하얀 눈이 박히고
탄광촌 사람들의 표정을 닮은 무채색의 풍경들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척박한 현실 때문에 그것은 몽롱하기까지 하지요.
광으로 가고,석탄을 캐고, 그리고 땅 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오래된 다큐멘터리영화처럼 담긴 영상은
그들을 이해하는 데 이 더해질 필요가 없습니다.
어쩌면 그들에게 세상은
갱도를 나왔으나 여전한 갱도가 아니었을지요.
어느 날 오빠가 사라지고 여동생과 아버지는 그를 찾지요.
그 때 높이 솟은 종탑에 올라간 동구가 치는 종소리,
그러나 세상은 귀를 막고 있고 족만이 그에게 달려갈 뿐입니다.
‘이후 영화는 영림의 ‘어떤’ 선택들을 따라가는데, 영림에게 선택이란 마치 강도를 만났을 때 죽을래, 돈줄래의 갈림길에서 돈을 내밀 수밖에 없는 ‘강요된 선택’에 가깝다. 길을 나선 영림은 버스 정류장 앞에 우두커니 서고, 영화는 그것을 롱숏으로 잡는다. 영림은 지금까지 한발 떨어져 자신들을 바라봤던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 시선을 (관객에게) 되돌려준다. 영림의 응시는, ‘검은 땅의 소녀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애써 외면해왔던 당신을 향한 윤리적 요구인 것이다.’
한 평론가는 이리 쓰고 있었지요.
“이게 현실이군.”
류옥하다가 중얼거리더군요.

아이들이 잠에 들고
어른들은 모여 앉아 서로 사는 얘기 나누었지요.
선아네서 온 과메기와 성배네서 온 유기농 과자들이
좋은 안주가 되었답니다.
밤, 금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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