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빈들모임 닫는 날, 2009. 9.27.해날. 비

조회 수 1106 추천 수 0 2009.10.06 12:07:00

9월 빈들모임 닫는 날, 2009. 9.27.해날. 비


비 내리는 아침입니다.
절명상으로 엽니다.
마침 절을 하고 잠시 고요 속을 앉았다 눈을 뜨면
늘 사람들은 비슷한 감정을 쏟아놓지요.
고요로 인도했다거나 시름을 덜어주더라라거나
평화의 의지를 만들거나 깊은 염원을 담았다거나...
그래서 우리는 절명상을 하는 갑습니다.

박정희님 차로 사람들이 내려옵니다.
는개비를 넘어 안개비만 돼도 맞으며 내려와도 좋으련
조금 굵데요.
늦은 아침을 먹고
황차를 마셨고
글을 썼습니다.
젖은 마을길을 걸어도 좋으련,
자꾸 가자 가자고만 하고 못갔습니다.

몸이 더디 움직여지는 빈들모임이었습니다.
뭘 꼭 해야 된다는 것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모임이니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을 테지요.
그런데, 무엇이 그리 가라앉게 하였을까요.
돌고 있는 감기 몫도 있었을 테고,
역시 물꼬의 일정들에는 살고 있는 식구들 말고
품앗이가 있어야 합니다(생활은 생활대로 돌아가는 이 곳이니),
전체 안내도 하고 아이들도 건사하는,
그래서 내 맘이 잠깐 숨을 고를 수 있는.
미선샘이 올해까지는 빈들모임에 온다했는데,
달에 한 번은 와서 재정도 봐주고 한댔는데,
가면 어디 한 번 오기가 쉽겠냐고는 해놓고
기다렸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소식이 없었네요.
허투루 말할 사람이 아니어 사정이 있겠지 합니다.
아픈 일이 아니길.
"미선샘, 샘 없으니까 힘들더라아아아아아!"
마음이 자꾸 다른 일에 가기도 했지요.
흔히 좋아하는 공간 단체 사람이 사라지면 안타까워 하지만
우리들은 그것이 존재하도록 정녕 힘이 되는지...
마음으로 기대 살던 선배가 큰 병을 얻어
2차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그가 있어 고맙고 힘이 되었는데
그가 존재하도록 무엇을 하였나 싶은 게
울적도 하였지요.
하기야, 다행이지요, 너무 늦지 않아 다행입니다,
아직 그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빈들모임, 참 좋습니다.
멀리 전화 너머로만 만나다가 얼굴도 보고,
그게 꼭 좋기만 한 것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눈을 마주하는 일은 얼마나 고마운 시간인지요.
무엇보다 이 산과 이 들, 계곡, 그리고 이곳의 밤을
좋은 이들과 누려 좋습니다.
늘 살아도 새롭게 보게 되는 순간들이며,
덧붙이자면, 결국 자신을 대상화해보게 되지요.
성찰이라고 하는 것 말입니다.
내가 무엇을 견디지 못하나, 내가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모다 고맙습니다.
비 내리는 덕에 경로당 앞까지 나가
버스에 오르는 이들을 지켜보았습니다.
애쓰셨습니다.
곧 성배네 차도 대문을 나오데요.
길 조심하셔요...

아, 살림을 넉넉하게 보태주셔서도 고맙습니다.
“딱 밥값만이에요.”
“어디 가서도 이 식구들 가면 이만큼 써요.”
두툼한 봉투들을 내미셨더랬습니다.
일이란 게 그렇습디다.
유쾌하거나 돈이 되거나 의미가 있어야
재미가 있지 않던가요.
여태 빈들모임과 달리 이번엔 돈도 샀네요.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제일 못 먹은 밥상이었으니
죄송함 더합니다요.

다음은 사람들이 남겨둔 글입니다.
의미 전달을 위해 띄어쓰기를 일부 고친 것을 빼고는 
쓴 그대로 옮겼지요.
편집자 주(註)는 '*'표시를 달았구요.

--------------------

3년 성배:
(* 그림으로 말했네요. 큰해우소와 흙더미가 그려져 있고
아이들이 손수레에 승욱이를 태워 나르고
성배 저는 목수샘이 만들던 흙물을 젓고 있습니다, "짜증나"하며.)

4년 현우:
나는 빈들모임이 요번이 처음이다. 첫날에는 놀기만 했다. 그리고 다음날에 1시간 놀고 고구마를 캐러 갔다. 고구마를 캘 때 줄기가 다 엉켜있어서 찾기가 힘들었다. 가만히 서있었는데 엄마가 고구마를 캐라고 하여서 고구마를 캤다. 그런데 캔 고구마가 작아서 실망했다.
선아쌤어머니가 고구마를 캐는 일을 도와달라고 하였다. 도와주었는데 고구마가 너무 커서 잘 않캐졌다.
그리고 밤에 춤명상할 때 노래는 지겹지만 동작이 재미있었다.
엄마를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5년 하다:
이번 몽당계자는 일이나 일정이 적어서 약간 심심하면서 편했던 것 같다. 그리고 동생들보다는 누나, 형들이 있어서 내가 동생들에게 마음을 안써도 돼서 좋았다.
참가한 누나, 형, 애들은 선아누나와 나은이누나네 가족, 성배네 가족, 현곤이형과 현우네 가족 이렇게 참가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많이 놀기는 한 것 같다. 일도 거의 안했고, 설거지도 안했고, 특히 일이 쉬웠기 때문이다. 나는 누나, 형아, 그리고 애들이랑 원카드, 조커뽑기를 해서 너무 좋았다. 그 다음 이야기꽃을 피우며 놀았다.
첫날: 쉬고 놀고, 책보고 했다. 저녁에는 춤명상-피고지고 거두고-를 했다. 그 다음 거기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놀았다.
둘째날: 오전에는 ‘사람들이 잘 못 캐는’ 고구마를 캤다. 내가 캐는 방법을 알려주느라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담쟁이넝쿨 열매도 땄는데 내가 대문에 올라가게 돼서 약간 무서웠다. 저녁에는 고구마를 구워먹었는데 정말 배고플 때 먹어서 그런지 꿀맛이었다.
셋째날: 아침부터 누나, 형아, 애들이랑 도박(원카드)를 하고 노니까 너무 즐겁고 신났다. 내가 3연승을 하니까 너무, 더욱 기뻤다.
많이 놀고, 행복한 계자였다.

중 1 현곤:
나는 물꼬에 두 번째로 왔다. 그런데 보통 방학 계자 때보다는 재미없었는데 그런데 재미는 있었다. 그런데 2쨋날이 재미있었다.
왜냐하면 고구마를 캐는데 삼촌이 계속 흙을 던져서 장난을 거셨는게 재밌었고 고구마 캐고 내려와서 땅에 있는 잡초를 뽑는데 불개미집을 우연히 찾게 됐는데 파다가 여러 개미들이 알을 들고 가고 새끼집 알집 등을 발견했다. 그런데 다른 어머니들이 개미집 그만 부수라고 하여서 그만하였지 그 집에 에너지를 쏟은 것이 후회되었다. 그리고 그걸 끝내고 흙싣는 구르마 같은 곳에 승욱이를 태우는 게 제일 재미있었다. 그 일할 때 승욱이가 많이 좋아하는 걸 보고 더 태워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하고 다른 계획을 해야 돼서 그만해버렸다. 승욱이가 장순이가 쫄랑이보다 더 순한데 숭욱이는 쫄랑이가 몸집이 작다면서 좋아했다.
그리고 두 번째 춤명상이 제일 재밌었다.
그리고 물꼬에 더 있고 싶지만 아빠를 보러가야 되기 때문에 집에 가야한다.
이번 빈들모임은 아주 재밌었다.

중 2 나은:
계자만 오다가 이렇게 가족 단위로 오니 꼭 집어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다른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3가정 밖에 없는 소규모여서 더 좋은 점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고,
또, 느긋하고 자유롭게 하니 아이들과 다 같이 어울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람이 많기 보다는 적은 빈들모임이 계자보다 더 좋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이번에는 명상을 좀 더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고구마를 캐면서 왠만한 곤충들은 다 만났다는 기분이 들며, 좀 더 곤충 앞에서 태연하게 있고 싶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과 저희 언니를 빼면 다 남자 동생들 뿐이였는데
오랜만에 누나소리를 들으면서 놀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도시에서 못 느끼는 무언가를 물꼬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예쁜 강아지 그림들을 그려놓았지요)

고 3 선아:
133 계자 때도 이번 빈들모임 때도 계속 드는 생각은 다음엔 오지 말까.
근데 또 오지요. 저는 마조히스트인가. 오면 몸은 피곤하고 머리는 용량초과 마음은 쑥대밭.
와서 한 거는 없는데 제 풀에 지쳐 나중엔 울고 싶어요.
물꼬 올 때는 심판 받으러오는 것 같아서 갈꺼면서 안절부절합니다.
새끼일꾼도 얼마 안남았어요. 솔직히 이번 겨울 계자까지는 새끼일꾼이니까 올까 말까 하면서도 결국 올 것 같은데 내년부터는 자신이 없어요.
새끼일꾼도 부담스러운데 품앗이는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뭐라써야할 지도 모르겠어요.
이말쓸래요. 그래도 물꼬는 좋아요.

임미숙:
결혼한 지 14년이 됐지만 가족과 다니는 여행은 몇 번 있었지만 다른 이들과 이렇게 지내보건 처음이라 어색할 거라 생각했지만 재미있고 보람된 날들이었습니다.
시골에 친척이 없어 시골생활을 해보지 못해 항상 그리웠는데 물꼬에 와서 아이들보다는 엄마가 더 신났던 것 같아요.
신랑과 떨어져있어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네요.
밖에 비가 오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박정희:
<비가 오다>
물꼬는 어떤 곳일까? 늘 궁금했다.
언제쯤 가볼까나... 고민하다 드디어 왔다.
기쁜 마음으로 가고자 했던 물꼬에 오는 날부터 조금 삐걱대더니 물꼬에서 내내 몸이 별로 좋지 않다. 콧물은 훌쩍훌쩍 흘러내리고 머리는 깨질듯 아프고, 몸이 가라앉으니 마음도 가라앉는다. 이 기분이 다른 이들에게도 전염될까 조금 염려스러웠지만... 조용하게 하루하루가 마무리 되었따. 조금은 왁자지껄한 물꼬를 상상했는데, 시간의 흐름 속에 그냥 그냥 조용하게 하루를 보내고나니... 조금 심심하듯도 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지루함도 때론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쁘다.
춤명상, 절명상 등 명상을 통해 다급한 마음을 조금 내려놓았고, 아이와의 관계맺음에 다시 잘 생각해보아야겠다는 계기가 되었다.

장은현:
오랜 시간 바라만 보았던 물꼬를 직접 체험하는 경험을 해보았습니다. 몸이 좀 피곤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작한 여행이어서 부담이 되었는데 일정이 느슨해서 다행이었습니다.
많이 느끼고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면 2박 3일의 일정이 추억이 되어 바쁜 일상에 잠시 여유로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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