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 2.쇠날. 맑음
흙을 바르고 밀었습니다.
남자 어른들 셋이 다 붙어
흙집 해우소 흙벽 마감 작업이 한창입니다.
하다도 손을 더해 한 몫 단단히 합니다.
한 벽면을 혼자 온통 다 하였습니다.
가끔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참말 놀랍습니다.
흙벽공사가 며칠 이어지니
어수선한 것도 며칠입니다.
일도 일이지만 마무리가 정말 또 일이지요.
흔히 일을 하며 중심이 되는 그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지만
그 일이 있기 위해 해야 할 준비와
무엇보다 그 마무리 청소까지 돼야 일이 끝난다는 걸
사람들이 더러 잊기도 합니다.
낼이 한가위,
이 밤까지 사람들이 거기 붙었고
온 마루들은 흙, 흙입니다요.
감기로 지독히 앓기 열흘이 넘어갑니다.
나가는 일 없이 조금 한갓지다 싶으니
몸이 저 먼저 알고 누워버립니다.
저녁답에야 부엌으로 갔지요.
명절 음식들을 시작하려는데,
개 짖어 내다봅니다.
잠깐 나가 선걸음으로 낯선 이들을 맞고 보냈습니다.
이런 날은 정말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고 싶지 않습니다.
물꼬를 방문하는 이들은
세 부류(이렇게 나누는 분류만 있을까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절반 쯤은 나 어릴 때 이리 살았어, 혹은 누구도 그리 살데,
그러며 지나간 시절 또는 먼 곳 이야기들을 합니다.
나머지 절반에 못 미치는 이들은
내일, 그러니까 먼 날로 이야기 하지요.
나중에 혹은 나이 들면 시골 들어와서 살련다 합니다.
그리고 겨우 백의 열도 안 되는 이들이
지금 사는 이야기를 하다 가지요.
그 진행형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여기 이곳의 ‘지금’에 살고 있는 게 좋습니다.
김치도 담습니다.
기락샘도 들어왔습니다.
읍내의 한 어른은 잊지 않고 명절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렇게 일일이 인사 챙기는 것도
아무나 잘 할 수 있는 일 아닐 테지요.
그 그늘이 고맙습니다.
어디라도 그러할 것이나
더욱 풍성하소서,
복되소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