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 4.해날. 맑음

조회 수 871 추천 수 0 2009.10.20 00:51:00

2009.10. 4.해날. 맑음


근 한 해가 다 되어가나 봅니다.
세상 무엇이나 그러하듯
물꼬도 변해갑니다.
그런데 그것을 물꼬를 소개하는 글에 제대로 반영해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변화를 제 때 담아내지 못한 게으름이 젤 컸기 때문일 테고,
삶을 언어로 정리해내는 일이 쉽지 않았던 까닭도 있었을 테고,
무엇보다 가닥을 잡느라 그리 되었겠지요.
어찌하였든 더는 미룰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한가위의 가장 큰 숙제로 삼은 일이라지요.

물꼬 안내에 무엇을 담아낼까요?
맨 먼저 학교이념을 넣어야겠지요.
‘스스로 살려 섬기고 나누는 소박한 삶,
그리고 저 광활한 우주로 솟구쳐 오르는 ‘나’!’
옮기고 나니 이곳 삶의 나아갈 바가 다 들어있는 말이네 싶습니다.
다음은 뭐 하는 곳인지 잘 드러내야겠지요.
물꼬는 '아이들의 학교’이자 ‘어른들의 학교’로
같이 놀고 일하고 수행하며 배우고 익히는 곳입니다.
계자(몽당계자포함)도 하고 빈들모임도 하고
단식을 비롯한 수행모임도 있고
쉼이 필요한 이들의 쉼터 역할도 하고
정서행동장애아들을 위한 도움교실도 있고...
다음, 학교이긴 한데 그렇다면 어떤 학교냐 규정해야겠지요.
‘진리에 이르는 길이 꼭 학교라는 제도 울타리에서만 가능한가를 묻고,
사람 노릇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교육의 목표라고 할 때
그것 역시 학교 밖에서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주장합니다.’

다음은 가장 논란이 많았던 부분을,
사실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이거겠지요.
‘오랫동안 천착해왔던 생태라거나 공동체라거나 무상교육 같은 무거운 담론에
이제는 거리를 좀 두고
어디에서건 뿌리내린 모든 삶의 수고로움에 찬사를 보내며,...’
혜안이 있는 이는 이걸 보며 그러겠지요.
음, 그 말에 걸려 힘이 들었군,
이제 그거 안하겠다고 하네,
그래도 그 방향성은 놓지 않겠다는 거군, 하고 말입니다.
‘이곳에서 나날을 살아가는 일 그 자체가 결과이고
이곳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일 그 자체가 성과인 곳입니다.‘
이 문장은 어떨까요?
음, 살아남는 게 중요하겠지,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겠다는 거군,
그리 해석할 수 있겠지요.

뭘로 먹고 사는지, 어떤 사람들도 꾸려지는지,
그동안의 역사는 어땠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찌 나아가려는지,
그런 속에 꼭 지켜내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담아야겠습니다.
‘굶주린 이가 먹어야 하듯
아픈 이가 마땅히 치료 받아야 하듯
아무 조건 없이 교육받을 아이들의 권리를 어떻게 지켜낼까 하는 고민만큼은
놓을 수 없는 숙제로 변함없이 삼고 있습니다.’

생각은 오래였으나 쓰기는 금방이었으니
거친 것은 한동안 수정을 해야겠지요.
중요한 건 선언이 아니라 실제 어떠하냐일 테고
최대한 지금의 모습을 잘 반영해야할 것입니다.
과장의 오류를 피할 수 있기를...

휴우, 하고 나면 별 것도 아닌데,
큰 짐 하나 내려놓았습니다요.


헤어지는 두 사람을 보았습니다.
뭐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사람살이가 그렇지요, 뭐.
그런데, 보지 않았으면 좋을 모습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
갈 데까지 간 모습은 서로 남겨두는 게 좋습니다.
그러기 전에 헤어지는 게 옳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좋지 않은 끝에는
너무 늦게 헤어져서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됩디다.
그래서 가끔 어떤 이들의 이혼에 대해
축하한다는 말을 던지게 되지요.
그건 한 관계의 끝이면서 다른 관계의 질로 변화하는 시작점 아닐는지요.
아쉬우나 혹은 안타까우나
늦어서 헤집을 대로 다 헤집고 끝이 나는 관계는 상처가 너무 큽니다.
적당한 때의 헤어짐은
서로의 관계를 더 건강하게 하지요.
그대, 지금 헤어지십시오, 하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2094 2009.10.27.불날. 흐리게 시작터니 종일 옥영경 2009-11-13 1055
2093 2009.10.26.달날. 맑음 옥영경 2009-11-13 1021
2092 10월 몽당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09-11-07 1308
2091 10월 몽당계자 닫는 날, 2009.10.25.해날. 맑음 옥영경 2009-11-07 1095
2090 10월 몽당계자 이튿날, 2009.10.24.흙날. 맑음 옥영경 2009-11-07 1020
2089 10월 몽당계자 여는 날, 2009.10.23.쇠날. 맑음. 상강 옥영경 2009-11-07 1106
2088 2009.10.2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9-11-07 905
2087 2009.10.21.물날. 맑음 옥영경 2009-11-07 925
2086 2009.10.20.불날. 맑으나 쌀쌀한 바람 옥영경 2009-11-07 867
2085 2009.10.19.달날. 심상찮은 날씨 / 평화와 비폭력을 위한 세계행진 옥영경 2009-11-04 936
2084 2009.10.18.해날. 맑음 옥영경 2009-11-04 1008
2083 2009.10.17.흙날. 변덕 심한 하늘 / 산오름 옥영경 2009-11-04 1221
2082 2009.10.16.쇠날. 맑음 옥영경 2009-10-28 979
2081 2009.10.15.나무날. 흐림 옥영경 2009-10-28 962
2080 2009.10.14.물날. 갬 옥영경 2009-10-28 952
2079 2009.10.13.불날. 꾸물거리는가 싶더니 한 밤 번개동반 쏟아지는 비 옥영경 2009-10-28 1006
2078 2009.10.12.달날. 까물룩거리는 하늘 옥영경 2009-10-28 964
2077 2009.10.11.해날. 꾸물꾸물 옥영경 2009-10-23 874
2076 2009.10.10.흙날. 맑음 옥영경 2009-10-23 998
2075 2009.10. 9.쇠날. 맑음 옥영경 2009-10-23 101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