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 7.물날. 수상한 날씨, 가 오늘이었네

조회 수 978 추천 수 0 2009.10.23 22:31:00

2009.10. 7.물날. 수상한 날씨, 가 오늘이었네


(밀려서 써다보니 메모해둔 것을 엉뚱한 날에 옮기기도 하네요.
수상한 날씨는 오늘인데, 어제 글에다 붙여놓았더랍니다.
얼른 지웠지요.)

태풍이 지난다 했던가요.
맑은 속에 비 좀 흩뿌렸고 바람 크게 일었으며
구름 몰려다니며 천지를 덮었다 걷었다 했지요.
며칠의 마음 같았더랍니다.

아이를 혼쭐내고 마음이 편치 않은 한 엄마가
전화기를 오래 붙들고 있었습니다.
몇 해 아이가 계자를 오는 인연입니다.
지난 달 초에도 어느 엄마가
비슷한 내용의 글월을 보내오셨더랬지요.
아는 만큼만 아이한테 한다면
나는 행복한 엄마, 아니 우리 아들은 행복한 사람이 되어있을 텐데,
아이에게 못된 짓을 하고 계속 힘든 여정이라는 고백이었더랬습니다.
그때 저 역시 그런 고백을 했더랬지요.
마음이 덩달아 싸아했노라고,
남의 얘기가 아니라 하였지요.
"엄마 노릇 참 쉽지 않습니다.
그저 키운다 싶게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 고마움 모르고 아이한테 얼마나 가혹한지...
저는 타인들에게 넉넉한 편입니다.
아, 물론 어른들이 아니라 아이들.
어른들한테는 잘 못해요, 툭하면 화가 나고
직접 그렇게 자주 하진 않지만 사실 맘 속으로 마구 소리 지르고 그럽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겐 한없이 너그럽지요.
십년을 넘게 같이 일한 동료가 그랬습니다,
옥샘은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아들에겐 그렇지가 않습니다.
다른 아이들에겐 결코 그러지 않으면서
고스란히 아들에게 다 쏟아내는 거지요, 화내고.
그에게 휘두르는 폭력(언어)이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머리가 굵어지고 나니 더 이상 매를 들 수는 없고.
그리고 아파하지요.
저게 무슨 힘이 있다고,
내가 어른으로서의 엄마로서의 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있구나 싶은.
그러면서 엄마여서 그래서 내가 이런 공부를 하는 구나,
저게 나 사람 되라고 세상에 있구나,
그런 뼈아픈 깨달음이 일고 합니다.
살면 살수록
나를 다듬지 않으면 그 업식이 다 아이한테 가는구나,
그래서 나를 성찰하고 깨치는 일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다시 가슴을 치게 된답니다.
어머님의 이야기는 제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또 귀한 제 거울 하나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위로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심각함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또 금새 아무렇지 않기도 합디다.
그게 또 부모와 자식의 관계 아닐까 싶어요.
매(언어폭력이든)를 들어도 다른 사람들과는 앙금이 남더라도
부모 자식은 회복지점이 있는 듯.
세상 어디에 그렇게 깊은 관계가 있을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자주 잊는 게 있습니다.
나무람이 그의 행동 때문이라면
그 행동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겠지요.
그 행동은 어떤 의사소통으로서의 기능을 가졌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무슨 말인가를 살펴야겠지요.)
대체행동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바람직한 행동을 배운 바가 없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그걸 잘 가르쳐주어야겠지요.
그래요, 야단을 치려고만 들 일이 아니겠습니다.

겨울 들머리까지 지내다 갈 엄마와 아이가 왔습니다.
계자를 다녀가는 아이들을 통한 오랜 인연이지요.
김정희엄마가 건강을 돌보아야하는 숙제를 안고 오신 것입니다.
친정처럼 외가처럼 왔습니다.
내가 물꼬에 있어 고맙고, 그가 물꼬가 있어 고마울 일이지요.
미성이는 면소재지 학교를 오갈 것이랍니다.
몸을 잘 다독거려 돌아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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