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자 네쨋날 1월 8일

조회 수 2015 추천 수 0 2004.01.09 14:03:00
< 계자 네쨋날 1월 8일 >

저녁이 되니
샘들도 드디어 곤함을 느끼는 게 역력합니다.
하루재기하는데
하품을 여럿 하네요.
아이들도 아픈 녀석들이 나옵니다.
체력이 떨어지는 게지요.
살던 곳과 워낙에 다른 일상공간이어서도 그렇겠고,
도시에서 살던 리듬보다 이른 아침에 깨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그래서 이곳의 하루가 아주 긴 까닭이기도 하겠습니다.
밥굶기를 해보면 체력이 확 떨어지는 지점이 있는데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몸 어느 구석 아팠던 부위가 서서히 회복되는 느낌이 옵니다.
실제 단식 뒤 아픈 곳이 낫는 경험도 어렵지 않게 가질 수 있지요.
우리 아이들도 이 '고비'를 넘기면,
몸 안에서 자연 치유력이 발현할 기회를 줘보면 말입니다,
야성이 되살아나
보다 강건한 몸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나흘째가 되니 먹는 것에도 변화가 큽니다.
끊임없이 냉장고 문을 여닫는 것과 달리
예선 일정한 시간에만 배를 채웁니다.
아이들 먹는 밥 양이 차츰 늘어나고
먹지 않던 것에도 입을 댑니다.
생태적 관점에서 고기를 먹지 않으려는 이곳에선
육류가 주는 영양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아이들 밥상을 차리고 있답니다.

달빛은 여전히 교교하구요
우리는 달빛 이고 밤마실을 나갔습니다.
본동 삼거리를 지나
예전 서낭당이 있던 자리 대해리 쉼터 지나
저 건너 농로를 따라 산기슭을 향해갑니다.
우리 말고도 세상을 채우는 것들에 귀기울여보고
마음도 열어보고
모두 바램을 담아 달을 올려다보는데,
한참을 올려다 보는데,
아이들이 그렇게 오래 고요할 수 있다는 것에
언제나 놀라고 말지요.
나를 넘어
갈라진 나라가 하나되게 주셔요,
가난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방을 허락해 주셔요,
슬픔에 쌓인 이들에게 웃음을 주셔요,
함께 하는 바램도 잊지 않습니다.
잘 알지 못하던 이와 짝을 이뤄 띄엄띄엄 돌아오는 길,
어깨로 내려앉은 달빛과 어우러져 서로도 한 풍경을 이룹니다.
아이들이,
이 느린 시간이 되려 오늘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전하기도 하네요.

오늘은 나영이 생일이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나영의 아버지로부터 축하 전화도 녹음되어 있더이다.
부엌샘이 셋이나 되니
떡케Ÿ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76 1대 부엌 목지영샘, 3월 12-13일 옥영경 2004-03-14 2254
6575 3월 15-26일, 공연 후원할 곳들과 만남 옥영경 2004-03-24 2250
6574 KBS 현장르포 제3지대랑 옥영경 2004-03-24 2250
6573 노래자랑 참가기 옥영경 2003-12-26 2248
6572 [2018.1.1.해날 ~ 12.31.달날]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18-01-23 2242
6571 6월 17일, 쌀과 보리 옥영경 2004-06-20 2236
6570 '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옥영경 2003-12-26 2232
6569 가마솥방 옥영경 2003-12-20 2232
6568 대해리 마을공동체 동회 옥영경 2003-12-26 2216
6567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넷 옥영경 2004-04-28 2215
6566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202
6565 3월 2일 예린네 오다 옥영경 2004-03-04 2200
6564 3월 4일 포도농사 시작 옥영경 2004-03-04 2197
6563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196
6562 4월 10일 흙날, 아이들 이사 끝! 옥영경 2004-04-13 2196
6561 입학원서 받는 풍경 - 둘 옥영경 2003-12-20 2196
6560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192
6559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189
6558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185
6557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184
XE Login

OpenID Login